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를 사흘 앞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 설치된 기표 도장 조형물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여야가 4·7 재보궐선거 사전투표(4월 2~3일)를 사흘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선거 당일이 평일인 수요일(4월7일)인 만큼, 주말이 낀 사전투표 기간이 1차 승부처가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등으로 정치권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역대급’ 투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여야의 신경전은 고조되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당대표 직무대행은 30일 서울과 부산 각지에서 지지를 호소하며 투표율 올리기에 나섰다.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는 사전투표 독려 퍼포먼스를 벌였다. 지난해 8월 당 대표직을 사퇴한 뒤 잠행을 이어왔던 이해찬 전 대표까지 나서 사전투표를 격려하고 나섰다. 조직력에 기반한 지지층을 결집, 여론 지표에 반영되지 않은 숨은 표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재보선이 여권 소속 전임 서울·부산시장의 권력형 성범죄로 발생한 선거라는 점과 LH 사태에 초점을 맞춰 연일 맹공을 퍼부으며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사전투표 조작설을 제기했던 21대 총선 때와 정반대다. LH 사태로 유리한 고지에 올랐지만, 민주당의 조직력에 대항할 일반 유권자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4·7재보선은 민주당 출신 서울, 부산시장의 추악한 연쇄 권력형 성범죄로 인해 치러지는 선거이자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 실책을 평가하고 심판하는 선거”라면서 “(문재인) 정권에 분노한 마음을 속으로 삭여서는 안 된다. 투표장에 직접 나와 정권 응징 투표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전투표율 추이.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야가 이처럼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이유는 최근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이 당락을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서다. 사전투표제는 2013년 도입된 뒤 해마다 투표율이 증가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총선에서는 12% 안팎에 불과했지만, 본투표와 달리 주말에 진행되는 데다 접근성과 편리성이 주요한 영향을 미치면서 2017년부터는 20%를 넘어섰다.

사전투표율 증가는 곧 전체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진보 진영은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2020년 총선에서 내리 승기를 잡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정당에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통념이 적용된 셈이다. 다만 이번에도 통용될지는 미지수다. 사전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20·30대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진영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2516명에게 정당지지율을 물은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3.5%포인트 오른 39.0%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최고치인 지난해 8월 2주차 조사(36.3%)를 경신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0.2%포인트 오른 28.3%로 집계됐다. 이는 국민의힘과 10.7%포인트 차이로 오차범위 밖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LH 사태 등으로 주택문제에 대한 젊은층의 낙심이 큰 데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분노 지수도 높아 사전투표율이 30% 넘을 것 같다"면서 "선거 결과도 전체적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재보선 사전투표는 4월 2~3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는 별도 신고 없이 전국 사전투표소 어느 곳에서나 투표할 수 있다. 투표할 때는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발열이나 호흡기 이상이 없는 경우 손 소독 후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투표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거나, 체온이 섭씨 37.5도인 유권자는 별도로 설치된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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