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총서 "반드시 이기자"

오세훈(오른쪽)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4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등장했다.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패한 지 하루 만이다. 국민의힘 당 색인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안 대표는 범야권 대통합을 강조했다. 국민의힘과 통합 카드를 통해 단일화 레이스 패배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만큼, 안 대표의 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총에서 “오 후보를 도와 최선을 다할 것을 의원 여러분 앞에서 약속드린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먼저 제안해서 신념을 가지고 추진하고 단일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어떤 불합리한 조건도 받아들이겠다고 한 제가 지금 할 일은 오세훈 후보의 승리로 야권 전체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시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야권의 승리를 위해 제가 도움이 되는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제게 마음을 열어주고 지원해주신 분들이야말로 앞으로 야권의 영역을 과감하게 확장하고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끌어나갈 소중한 자산이자 범야권 대통합 추진의 동력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이번 선거기간 동안 정부, 여당의 험한 공격을 받아치는 날카로운 창과 방패가 되겠다”며 “오 후보와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놓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 대표는 전날 서울시장 재보선 야권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오 후보에게 승기를 내줬다. 지난해 12월 서울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지 94일 만이었다. 야권의 잠룡으로 여겨졌던 안 대표가 체급을 낮춰 서울시장에 출마하겠다고 밝히자 지지율은 치솟았다.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안 대표가 꺼내든 야권 단일화는 연일 화두에 올랐다. 하지만 국민의힘 경선이 완료된 시점부터 지지율은 하락, 결국 본선 진출 자격을 오 후보에게 내줬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대표는 일단 대권에 대해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4·7 재보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오 후보를 도와 반드시 정권을 교체, 국민의 열망을 투영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패배를 인정, 오 후보 캠프에서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경쟁자였던 오 후보를 도우면서 ‘권토중래’의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그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우선 안 대표의 패배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합당은 ‘당 대 당’이 아닌 ‘흡수 통합’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계개편 논의가 국민의힘 위주로 이뤄진다면 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당의 지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 이르기까지 주요 선거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신 점도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대권 도전을 통해 재기를 모색하는 방안도 있지만, 쉽지 않다.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40%를 넘나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변수다. 안 대표는 그동안 김 위원장과 서로의 부인에 대해 비판하는 등 날선 공방전을 이어왔다. 이날 국민의힘 의총 참석은 김 위원장이 광주를 방문, 자리를 비운 틈에 이뤄졌다. 재보선 이후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떠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국민의힘이 서울과 부산시장 자리를 모두 차지한다면 김 위원장이 당에 남아 대선을 진두지휘할 가능성도 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정치인의 힘은 대중의 지지 또는 권력을 잡는 데서 발생하지만, 범야권은 이번에 안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키맨(Key men)'이 돼 야권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안 대표의 의지와 별도로 정체성 논란 등으로 인한 여론의 피로도가 높다. 또 반문재인표를 결집해 대세를 치고 나가 자신만의 판을 구축하려는 정치력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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