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부동산 적폐 청산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이라는 대증요법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달은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정부는 단호한 의지와 결기로 부동산 적폐 청산과 투명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을 남은 임기 동안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삼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적폐 청산을 이뤄왔으나 ‘부동산 적폐’의 청산까진 엄두를 내지 못했다”며 “그저 부동산 시장의 안정에 몰두하고, 드러나는 현상에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접하면서 국민은 사건 자체의 대응 차원을 넘어 문제의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민생문제라는 인식을 가져 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에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아 달라고 주문하며, 이해충돌방지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자신이나 가족의 인·허가, 계약, 채용 등에서 이익을 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13년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8년 동안 입법이 좌절됐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일차적인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지만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해결해오지 못한 것으로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라면서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불법 투기를 감독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등 부정한 투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근본적 제도 개혁에 함께 나서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주도형 부동산 공급대책은 어떤 경우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적폐 청산과 부동산 시장 안정은 동전의 양면처럼 맞물려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주택 공급을 간절히 바라는 무주택자들과 청년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예정된 공급대책이 계획대로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회도 2·4 공급대책을 뒷받침하는 입법에 속도를 냄으로써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힘을 보태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2·4 대책의 기초 입법 마무리’를 마지막 과제로 제시하며 변 장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이후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을 ‘부동산 적폐’로 규정하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한 것은 변 장관을 경질하는 그 이상의 조치가 동반돼야 성난 민심을 잠재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4 대책이 표류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면서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지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한 것은 결국 국민의 주거 안정권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文정권 땅 투기 게이트 실체 드러날까 두렵나"

국민의힘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대응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1차 조사 결과는 시작일 뿐 지금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며 “문재인 정권 땅 투기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까 두려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여당 의원만 벌써 6명, 청와대 비서관 출신 농림부 차관 배우자도 신도시 인근 농지를 쪼개기 매입하고 되판 사실이 확인됐다”며 “오거돈 전 부산시장 일가가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 인근과 KTX역 부근에 소유한 땅이 어느새 10만평에 육박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와중에 무엇이든 발표해야 했던 국무총리는 관계부처회의에서 LH만을 향해 뭇매를 들었다”며 “민주당 전직 당 대표와 서울시장 후보는 '검찰탓', 법무장관은 이제야 한가롭게 검찰의 역할을 검토해보겠다고 '고민' 이벤트를 벌인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가 왜 차일피일 검찰수사를 미루며 변죽만 울리는지 국민들은 알게 됐다. 그들은 문재인 정권 땅 투기 게이트의 실체가 드러날까 두려운 것”이라며 “이제부터 검찰수사를 막는 이가 공범”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내각 총사퇴를 통해 국정 쇄신의 의지를 보여달라”며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가 아니라면 문재인 정권 앞에 기다리는 건 심판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리얼미터
◇ 문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동반 하락

문 대통령이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민심은 등을 돌리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성인 251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2.0%포인트)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4%포인트 하락한 37.7%(매우 잘함 19.4%, 잘하는 편 18.3%)로 나타났다.

'국정 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1.7%포인트 오른 57.4%(매우 잘못함 43.1%, 잘못하는 편 14.2%)로 집계됐다. '모름/무응답'은 0.7%포인트 증가한 4.9%였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 첫째주 조사 이후 5주 만이다. 긍·부정 평가 차이도 19.7%포인트로 오차범위 밖 결과를 보였다.

같은 기간 민주당의 지지율도 0.9%포인트 하락한 30.1%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0.4%포인트 상승한 32.4%였다. 4·7 재보궐선거가 예정된 서울과 부산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국민의힘은 서울에서 36.4%를 기록해 지난주(34.2%)보다 2.2%포인트 올랐다. 민주당은 지난주(29.6%)보다 2.0%포인트 내린 27.6%에 머물렀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국민의힘이 39.2%를, 민주당이 26.3%로 집계됐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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