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거래 20건 중 11건 변창흠 LH 사장 때 이뤄져

정세균 "변 장관 이번 사태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목을 조이고 있다. 변 장관의 재임 기간과 LH 직원의 투기 시점 일부가 겹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LH 직원의 출장비 부정수급 논란까지 퍼지면서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한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변 장관은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전날까지만 해도 변 장관의 경질론에 대해 “상황을 좀 확인해본 다음에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변 장관에 대한 인사 조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 1차 조사 결과와 갈수록 악화되는 여론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LH 임직원 본인 1만4348명 가운데 1만431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투기 의심자는 모두 20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1명의 거래는 변 장관이 LH 사장 시절에 이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광명시흥 투기의심자가 9명이었고 고양창릉과 하남교산이 1명씩이었다. 변 장관은 2019년 4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LH 사장을 지냈다.

변 장관이 LH 사장 당시 직원이 허위 출장비 청구로 눈먼 돈을 챙겨왔다는 사실도 경질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확보한 ‘LH 임직원 출장비 부정수급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LH는 변창흠 당시 사장 지시로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출장비를 부정으로 받은 직원들을 파악했다. 모두 2898명으로, 이들이 부정으로 받은 출장비는 4억9228만원이다. LH는 그 해 4월 감사실 조사계획서 부정 출장 확인 시 부정 수령액 환수 및 인적 처분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단 한 건도 이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진보당이 연 'LH 직원 투기 의혹 정부합동조사단 1차 조사결과 발표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LH 해체, 변창흠 장관 사퇴'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출장비 부정수급 논란까지 겹치면서 변 장관은 궁지에 몰리는 모양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사태를 누군가가 책임져야 한다면 LH 사장을 지낸 변 장관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낙연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상인들과 간담회를 한 뒤 변 장관의 거취와 관련 “자리에 연연하는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어느 경우에도 책임 있게 처신할 분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조금 더 고려 사항이 있다. 지금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종합해서 고려하고 싶다”고 했다.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도 전날 ‘MBN 뉴스와이드’와 인터뷰에서 “이 문제(LH 직원의 투기 의혹)에 대해서는 여권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께 죄송하고 정말 낯을 들 수 없다”며 “변 장관이 LH 사장일 때 벌써 일어났던 일들이다.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안팎에서 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김태년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은 11일 “고위공직자, 정무직 공직자가 책임질 일 있으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라면서도 "변 장관의 거취를 중심으로 고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대행은 “2·4 공급대책을 변 장관이 취임 후 발표했고, 국민의 기대감도 크다. 2·4 대책으로 주거 안정을 이루겠다는 국정목표가 있기 때문에 국토부 장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자칫 잘못 판단했다가 '공급대책에 지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부동산 시장에 잘못된 영향을 줄 수도 있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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