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공정과 신뢰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

국민의힘, 검찰 수사·국정조사로 압박 "제도·적폐 탓 말라"

문 대통령·민주당 지지율↓…"서울·부산 민감하게 반응할 듯"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의 계기다. 정부와 여당은 연일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에서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큰 데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가속화할 결정타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10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 초청 간담회에서 “LH 직원들의 투기 문제로 국민의 분노가 매우 크다”며 “개발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이나 공직자가 관련 정보를 부당하게 이용해 부동산 투기를 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에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비리 행위”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흔들리지 않고 2·4 부동산 공급 대책을 차질없이 진행해 부동산 시장을 조속히 안정시키고,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국민께서 2·4 부동산 대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필요한 후속 입법을 조속히 처리하고, 당·정 협력을 강화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강경 대응하는 이유는 위기의식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악화된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지난달까지 25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역점을 뒀던 부분은 투기 차단이었다.

실제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국무총리실 합동 조사단을 지원하고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수석·비서관·행정관 등 청와대 직원들과 그 가족에 대한 3기 신도시 토지거래 여부도 조사토록 지시했다. 총리실은 LH와 국토부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의 토지거래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LH는 정부가 전수조사를 벌이는 8개 신도시 외에 다른 중요 택지도 포함해 총 11개 지구에 대한 자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3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입구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수사와 국회의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국민의힘의 맹공도 청와대의 위기의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국토부의) 셀프 조사에 맡겨서는 안 되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 수사도 국가수사본부가 아니라 검찰이 관여해야 한다”며 “말 그대로 (땅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려 한다면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정권이 기회를 평등하게 주지 않고 과정을 공정하지 않게 진행했으며 결과를 정의롭지 못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모든 것을 제도 탓, 적폐 탓으로 돌리는 청와대의 안식이 안쓰럽다. 원인 분석도 틀렸으니 해결도 난망”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은 등을 돌린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능력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는 55.9%(매우 잘못함 40.3%, 다소 잘못함 15.6%)로 집계됐다.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40.7%(매우 잘함 24.4%, 다소 잘함 16.3%)로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거나 답변을 유보한 응답자는 3.4%였다. 직전 조사를 벌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부정 평가는 4.8%포인트 늘었고, 긍정 평가는 4.2%포인트 줄었다. 유보도 0.6%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민주당의 지지율도 38.1%에서 35.4%로 2.7%포인트 감소했다. 이 기간 국민의힘 지지율은 21.1%에서 25.1%로 4%포인트 상승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과 함께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일벌백계’ 해야 한다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투기꾼’을 잡겠다던 정부가 정작 LH 직원들의 투기 움직임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실에 여론이 공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조사해달라는 청원글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투기꾼을 때려잡겠다며 25번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지만, 미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소수의 기득권 세력이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며 "그야말로 '망국의 범죄'이자 정권의 근간을 흔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황 평론가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으로 국민들은 바보가 됐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많은 서울과 부산 시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서울, 부산시장을 모두 야권에 내준다면 문 대통령은 레임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