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등 단호한 대처 호평…이명박·박근혜 사면론 발언 등 논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데일리한국DB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기필코 정권을 재창출해서 문재인 정부를 계승·보완하고 발전시키겠다.”

오는 9일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60.77%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권을 거머쥐며 이같이 말했다. ‘7개월짜리 당 대표’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으로 불리는 대세론을 증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이자,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장수 총리’를 기록한 점도 한몫했다. 그는 단숨에 여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올랐다. 지지율은 40% 안팎을 넘나들었다. 화려한 출발이었다.

당내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산적한 과제를 처리하며 안정적이며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호평이 잇따랐다. 특히 비리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했다. 윤리감찰단을 출범시켜 부동산 논란을 빚은 김홍걸 의원을 제명했다. 부정선거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자당 소속의 정정순 의원의 체포동의안도 신속하게 처리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난지원금을 편성,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과 공정경제3법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과제를 추진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이낙연 대표가 대권을 염두에 둔 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려고 했던 탓일까. 이 과정에서 실기가 적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2021년 새해에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띄워 거센 비판과 직면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 속 섣부르게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제기해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준 점도 문제가 됐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호텔을 주거용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방안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정책으로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낙연(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소확행위원회 반려동물 동행시설 안내서비스 협약식에서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 소장의 반려견 '심쿵'을 안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심은 싸늘했다. 지지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졌다. 여권 유력 대권 주자라는 타이틀도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넘긴 지 오래다. 입법 성과에 매진했지만, 이마저도 시원찮다. 이 대표가 중점적으로 추진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의 피해 보상을 위한 상생연대 3법(손실보상제·이익공유제·사회연대기금)은 야당의 반발에 부딪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임기 안에 처리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선명성보다는 관리형 메시지에 집중,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도 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1일 “(차기 대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지사가 결정적인 실수나 실책을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이 대표는 주도적으로 나서 한 것이 없다. 이 대표가 그동안 '청와대의 출장소' 역할을 한 점들이 지지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끝난 카드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이 대표에게 있어서 정국을 반전시킬 카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이 대표는 다시 한번 대권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서울도 부산도 후보보다 이낙연이 더 뛰더라'는 말씀을 듣고 싶다. 제가 더 열심히 하겠다”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역할론을 띄우는 이유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기대와 우려 속에 당 대표를 맡았고, 큰 임팩트 없이 무난하게 임기 마지막까지 왔다. 친문을 향한 당심과 외연 확장을 위한 민심을 잡으려는 전략에 일관성이 없는 게 큰 문제였다. 전략적이지 못했다는 이야기”라며 “4·7 재보선이 이 대표에게 있어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국민 여론의 충돌 지점 등을 살펴 친문과 민심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먼저 공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2~24일 전국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를 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한 결과 이 대표는 1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1위는 이 지사(28%)였고, 3위는 윤 총장(7%)였다.

1주일 전 조사와 비교하면 이 지사는 1%포인트 상승했고, 이 대표는 1%포인트 하락했다. 윤 총장도 1% 포인트 떨어졌다. 적합한 인물이 없다거나 모른다고 태도를 유보한 응답자는 36%로, 전주보다 2%포인트 늘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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