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이 지난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2사단 귀순자 상황 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북한 남성이 동해를 6시간 동안 수영해 월남한 사건의 조사 결과가 23일 나왔다. 이 남성은 월남 당시 경계용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나 포착됐지만, 우리 군은 8번이나 놓치는 등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 A씨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에 따르면 A씨는 사건 발생 당일인 16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에 상륙한 뒤 오전 1시5분부터 38분쯤까지 해안감시장비 감시카메라 4대에 5회 포착됐다. 당시 상황 모니터에는 경고 알림이 2번 울렸으나, 상황실 장병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이후 A씨는 오전 4시12분부터 14분까지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3회, 오전 4시16분부터 18분까지 민통선초소 CCTV에 2회 포착됐다. 남하하는 과정에서 10회에 걸쳐 군의 감시카메라 등에 포착된 셈이다. 하지만 당시 근무자의 상황 보고 및 대응은 9, 10번째 포착 때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늑장 보고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16분쯤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합참은 “상황 간부와 영상감시병이 임무수행절차를 미준수해 미상인원을 식별하지 못했다”며 “강화도 월북 사건 이후 수문·배수로 점검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부실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면서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제진 민통소초에서 미상인원을 처음 발견했지만 상황 조치 메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며 “미상인원이 6시간동안 헤엄을 쳐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경로와 수영 시간 등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식별된 문제점을 기초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하도록 하겠다”며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통해 이번 사건 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전 제대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 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토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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