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 28명

이명박·박근혜정부 때보다 최대 2배 많아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0대 국회 본회의 기간 가족과 스페인 여행을 간 데 대해 사과했다. 월 생활비 60만원 축소 신고 논란 등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황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에 대한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또다시 야당의 동의 없이 장관급 인사를 임명할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 후보자는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연 인사청문회에서 20대 국회의원 시절 스페인 여행과 관련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부적절한 처사였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는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황 후보자가 병가를 내고 본회의에 출석하지 않았던 2017년 7월20일에 가족과 스페인으로 출국했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본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첫 추가경정예산안 처리가 논의됐으나 민주당 의원 26명이 불출석해 정족수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집단 퇴장했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위원들이 복귀해 추경안을 처리했다.

황 후보자는 “20대 국회 당시 본회의 출석률은 96%였다. 변명하자면 처음 가족과 여행 계획이 잡혀 있을 때는 본회의 일정이 없었다”며 “원내에 물어보니 ‘추경 관련 여야 합의가 남아 있으니 여행을 다녀오려면 빨리 가야 한다’고 해 여행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당시 (저 외에도)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의원도 많았다. 이에 대해 SNS를 통해 곧바로 사과했다”며 “결과적으로 부적절한 처사였다.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강조했다.

황 후보자는 언론 보도로 불거진 생활비 60만원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제 입으로 60만원이라는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며 “언론이 보도한 것은 생활비 중 집세·보험료·학비를 빼고 카드 내역에 잡힌 720만원을 12개월로 나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 통장에 잔액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로 60만원이라 계산됐다. 실제 생활비 지출은 3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계좌가 46개에 이른다는 지적에는 “(총선) 예비후보로 두 번 떨어지고, 계속 출마하다 보니 계좌 정리를 하지 못했다”며 “대부분 1000~2000원 소액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사 논문 제출 당시 연구 용역 보고서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힘 김석기 간사, 김기현 의원 등이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 의견을 표명한 뒤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황 후보자에 대해 당·정·청을 두루 거쳐 풍부한 역량을 지닌 인사라고 호평하며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는 ‘회전문 인사’라고 비판, 사실상 ‘부적격’ 결론을 내렸다. 이에 오는 10일 예정된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야당의 반발에도 문 대통령이 장관급 인사의 임명을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에서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여당 단독으로 채택돼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됐다. 이 같은 절차로 임명된 인사는 지금까지 28명이다. 이명박(17명), 박근혜(10명) 정부 때보다 최대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부동산3법과 대북전단살포법을 비롯해 정부와 여당 마음대로 추진한 것들에 대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 속 28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의 동의없이 임명하며 잘못된 선례를 만들고 있다"면서 "모든 제도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이 무력화되고 있다. 제도를 요식행위로 보는 것은 제도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