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스마일' 옛말…강력한 리더십으로 존재감 부각

코로나19 상황과 4·7 재보궐 선거의 결과 변수 작용할듯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달라졌다. ‘미스터 스마일’은 옛말이다.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로 평가받던 그가 쓴소리를 서슴없이 내뱉는다. 여권 주자들에게 견제구를 날리기도 하고, 야권을 향한 비판도 거침없다. 내각의 ‘군기’를 잡는 일도 잦아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매일 ‘1일 1메시지’를 내는 등 민생 현안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방송 출연 등 언론과의 접촉도 늘었다.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해오던 정 총리가 대권을 앞두고 태세를 전환, '정치인' 정세균으로 돌아가려는 준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 총리는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첫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손실보상 제도화 방안(손실보상제)을 국가재정이 감당하는 범위 내에서 검토하되, 현장 의견을 세심히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손실보상제는 국가나 공공단체의 공권력 행사로 사유재산권에 특별한 손실이 가해진 경우 보상해주는 제도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자영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손실보상 제도화에 공감을 이뤘다며, 법 제도화 추진 방침을 공식 밝혔다.

하지만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보이자 갈등이 노출됐다. 정 총리는 재정을 이유로 법 제도화에 난색을 보인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을 겨냥해 “여기가 기재부 나라냐”며 크게 질책했다. 이에 김 차관은 중대본 회의 후 정 총리에게 직접 "손실보상제 제도화에 반대한다는 취지가 아니었다"며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실보상제를 필두로 내세운 정 총리의 행보는 오는 28일 목요 대화에서도 이어진다. 애초 총리실은 탄소 중립을 주제로 목요 대화를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손실보상제가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제를 바꿨다. 미소와 부드러움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데일리한국DB
◇ 벼랑 끝으로 몰린 이낙연…기지개 켜는 정세균

정 총리의 이런 움직임에는 한때 여권 대선주자 1위를 기록하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내림세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2일 전국 성인 1013명을 대상으로 벌인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지지율 14.5%를 받는 데 그쳤다. 이재명 경기지사보다는 11.7%포인트, 윤석열 검찰총장보다는 0.1%포인트 낮다. 40%대 지지율을 기록했던 총리 퇴임 직후와 비교하면 4분의 1수준으로 폭락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특히 이 대표의 지지율은 신년 벽두부터 꺼내든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론이 물거품이 되면서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업의 이익으로 코로나 방역 피해 계층을 돕겠다는 ‘이익공유제’를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텃밭인 호남을 찾아 민심을 달래기도 했지만, 추락한 지지율은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이 대표의 위기는 경쟁자들에게 기회다. 이미 이 지사는 여론조사마다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선두를 꿰차고 있다. 전북 진안 출신으로 이 대표(전남 영광)와 지지층이 겹치는 정 총리에게도 기회다. 총리 신분인 정 총리의 행보가 자유롭지 못한 점을 대신해 측근들이 각계 전문가들과 소통, 정책 구상에 착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도는 이유다.

마포구청 선별진료소.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 정 총리, 코로나19 잡고 4·7 재보선 발판 삼아 대권 가능성

정치권에서는 정 총리가 조만간 정치인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는 오는 4월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내각을 잇달아 개편하면서 이를 총괄하는 정 총리의 역할이 커졌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사임이 어렵다.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도 이 지사나 이 대표에게 많이 뒤진다.

이에 정 총리는 이 기간까지 코로나19 방역에 힘을 기울이며 존재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직후부터 정부의 방역 대응을 총괄한 만큼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면 정 총리에게 큰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사임할 명분도 생긴다.

다만 변수는 있다. 4·7 재보궐 선거다. 서울·부산시장이 걸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를 쟁취한다면 공은 당을 이끈 이 대표에게 돌아간다. 선거 승리를 계기로 이 대표의 지지율이 반등한다면 정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고 재보궐 선거 전에 출마 선언을 하긴 어렵다. 이번 선거가 ‘미니 대선’으로 여겨지고 있어 정 총리가 이 시기 대권 출마를 선언한다면 단일화 논의로 야권에 쏠린 시선이 가뜩이나 더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 상황과 4·7 재보궐 선거의 결과에 따라 정 총리의 앞길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차기 대권을 앞두고 손실보상제와 같은 트레이드마크를 만들었고, 이에 난색을 보인 기재부를 질책해 여론의 시선을 끌기도 했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 정 총리가 안정화에 이바지하는 것은 정치적인 훈장을 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황 평론가는 “관건은 4·7재보궐선거다. 이 대표가 (선거에서 승리해) 금의환향한다면 정 총리가 불리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 총리는 이 지사에 맞서는 강력한 대항마로 될 가능성이 크다”며 “문 대통령이 마지막 임기를 함께할 내각을 중립적으로 꾸려야 한다고 판단되면, 정 총리의 후임은 정치인보다는 정파성이 없고 사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인사가 뽑히리라 전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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