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적재적소" vs 野 "회전문 인사" 엇갈린 반응

친문 대거 발탁·정치인 출신 장관 비율도 증가

그래픽=데일리한국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내각 절반이 교체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한 달 만이다. 세 차례의 개각을 통해 총리를 제외한 국무위원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바뀌었다.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의원직을 겸한 정치인 장관도 대폭 늘었다. 정권 후반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일 외교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3개 부처의 개각을 단행했다. ‘1기 내각’의 마지막 구성원이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후임에는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내정됐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문체부 장관에,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중기부 장관에 각각 내정됐다.

재선인 황희·권칠승 후보자는 친문의 핵심으로 불린다. 모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친목 모임인 ‘부엉이 모임’에 참여했다.

부엉이 모임은 노무현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이 20대 국회 때 만들어졌다. 한때 민주당 원내대표(홍영표 의원) 등을 배출하며 권력의 핵심으로 불렸지만, 2018년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계파 모임’이라는 비판을 받아 해산됐다. 지난해 친문 의원들이 정책 연구 모임을 표방하며 설립한 사단법인 ‘민주주의 4.0’은 부엉이 모임의 확장판으로 평가받는다. 황희 후보자는 민주주의 4.0의 간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전해철 행안부 장관과 박범계 법무·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친문으로 분류된다. 전해철 장관은 부엉이 모임의 좌장 격이었고, 박범계 후보자도 이 모임에 참여했다. 정의용 후보자는 현직 의원은 아니지만,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내 이들과 결이 같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86운동권 그룹으로 친문이지만, 그 관계가 느슨하다.

황희 후보자와 권칠승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면 정치인 출신 장관도 늘어난다. 이인영 장관과 전해철 장관을 비롯해 박범계·한정애 후보자도 현역 의원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9·20대 국회의원을 거친 재선 의원 출신이다. 정의용 후보자도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냈다.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면 18개 중앙부처 가운데 정치인 출신 장관은 8명이 된다. 이 밖에 교체설이 제기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자도 현역 의원들이 언급되고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적재적소라는 원칙에 아주 부합하는 인사라고 생각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의원들이 장관으로 발탁된 만큼 더욱 막중한 책임감으로 정부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직에 있는 황희·권칠승 의원의 입각에 대해서는 “해당 분야 전문성이나 업무수행 능력에 있어 손색이 없는 분들”이라며 “국회와의 협치 부분에서는 누구보다 특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끝없는 회전문 인사, 위기 인식도 초당파적 의지도 없다”며 “대통령 측근 말고 장관 후보가 그리 없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윤희석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들은 이른바 ‘부엉이 모임’ 출신으로 대표적 친문 인사들”이라면서 “인사의 근거가 능력이나 전문성은 아닌 듯하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전문성이 없는 인사’라고 꼬집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내각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천하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해당 부처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전문성이 결여된 인사라면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개각 때마다 정치인 출신 장관 내정자가 기용되고 있는데 전문성을 꼼꼼하게 따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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