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文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평가 엇갈려

민주당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 돋보여"

국민의힘 "공감·인권·인간의 존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은 18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공허한 120분”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입양아동 대책에 대한 발언 등을 두고 “인권 변호사였다는 대통령 말씀 그 어디에도 공감과 인권, 인간의 존엄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인이 사건 방지책은 결국 ‘교환 또는 반품’인 건지 궁금하다”며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취소하거나 아동을 바꿀 수 있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귀를 의심했다. 듣는 우리가 부끄러웠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생후 16개월 여아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을 비롯한 아동학대 예방과 관련해 “입양 부모의 마음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일정 기간 내에 입양을 다시 취소한다든지, 여전히 입양하고자 하는 마음은 강하지만 아이와 맞지 않는다고 할 때 입양아동을 바꾸는 등 여러 가지 방향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양 아동을 물건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김 대변인은 또한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임했던 문 대통령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피해를 ‘주장’이라고 언급하며 안타깝다는 말 뒤에 숨었다”며 “성범죄로 인한 재보궐선거, 당헌 개정까지 변호한다. 국민의 대통령이 아닌 당원의 대통령인가”라고 지적했다.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추문으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워야 하는 선거다. 민주당은 기존 당헌으로는 후보를 낼 수 없어 이를 개정했다.

김 대변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은 보이지 않았다”며 “국민이 듣고 싶은 말보다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로만 채운 시간”이었다“고 비판했다.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지난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 정인 양의 사진이 담긴 패널과 추모 사진이 세워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당의 최형두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혹시나 했는데 역시였다.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은 역대 대통령의 소통 의지와 국정 능력을 보여주는 자리였는데, ‘불통’이라 비난하던 직전 대통령과 차이 없는 회견 횟수 이유를 확인했을 뿐”이라면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최 원내대변인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현장 방문을 많이 했다는 답변은 가장 어이가 없었다. 현장 방문은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도 보여주기 행정으로 많이 쓰이던 방식"이라며 "무엇보다 야당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야당 원내대표가 몇 차례나 만나자는 뜻을 전해도 청와대 참모들 선에서 거절당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 원내대변인은 "코백스(COVAX facility)는 백신이 아니라 후진국 백신 배당 프로그램인데 2월에 받기로 했다는 답변도 의아했다"며 "11월에 백신 효과가 나타나면서 코로나 확산이 멈출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코로나 부작용을 관찰할 기회를 얻어 다행이라는 인식의 터널을 보여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 경제가 선방했다고 주장한다"며 "2021년 코로나19 백신 효과가 낮다면 2022년이 돼야 경제 손실이 복구되고 세계 경제성장률 5.2%에도 한국 경제성장률은 3%대로 예측되는데 대통령은 누구로부터 어떤 보고를 받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대문 시장 인근 거리에 폐업한 식당 입구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정부가 코로나19으로 인한 3차 재난지원금인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지급하는 등 소상공인 지원을 하고 있지만, 지원액 부족과 높은 임대료 등으로 장사를 포기하고 폐업하는 소상공인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나왔다”고 추켜세웠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노력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최 수석대변인은 “대통령께서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해 솔직하고 소상하게 설명했다”며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대책도 다양하게 제시했다. 국민이 희망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의미 있는 기자회견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께서 국민에게 케이(K)-방역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

특히 최 수석대변인은 전 국민 백신 무료접종과 연내 집단 면역 형성을 위한 구체적 근거를 제시했다”며 “K방역이 세계 최고의 모범 국가 위상으로 이어지도록 초당적인 정치권의 협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선 국민 공감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선 최 수석대변인은 “공감하고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연초에 당 지도부는 당사자의 진정한 반성과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모은 바 있다. 대통령의 말씀은 당 지도부의 입장과도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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