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국민의당, 단일화 방법론 두고 '공방'

안철수 "단일화가 중요…누가될지는 이차적 문제"

김종인 "안철수에 단일화 방법 두 가지 제시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야권이 오는 4월 치러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논의로 진통을 겪고 있다. 단일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문제는 방법론이다. 단일화 논의를 쏘아 올리며 단숨에 각종 서울시장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 1위를 선점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중립지대에서 ‘시민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외인사의 경우 입당 후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단일화를 둘러싼 야권 내 공방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1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야권의) 단일후보 결정은 이 정권에 분노하는 서울시민이 하면 된다”며 “누가 단일후보가 되는지는 이차적인 문제다. 단일화를 이루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안 대표는 “‘저로 단일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비판하고 정권 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의 뜻에 따르자는 것”이라면서 “누군가는 안철수가 끝까지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단일화는 모든 야권이 힘을 합쳐 반드시 해내야 한다. 피가 모자란다면 피를 뽑고, 눈물이 부족하다면 눈물도 짜내겠다"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 시나리오는 △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후 경선 △안 대표의 입당 없이 통합 경선 △각 당 후보 선출 뒤 막판 단일화가 정치권에서 거론됐지만, 국민의힘은 그동안 안 대표에게 입당 후 경선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안 대표는 줄곧 입당 없는 통합 경선에 무게를 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오후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를 방문한 뒤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야권 단일화 논의가 한달째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야권 내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서로를 겨누는 모양새다.

2011년 이후 10년만에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한 나경원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내 유력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 하나다.

나 전 의원은 안 대표와 야권 단일화 구상 등에 대한 질문에 “너무 정치공학적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 대표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당당하게 경쟁한 뒤 국민에게 평가받아야 한다. 룰을 정하는 것은 마지막 단계”라고 답했다.

또한 나 전 의원은 전날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안 대표를 겨냥해 “쉽게 물러서고 유불리를 따지는 사람에게 이 중대한 선거를 맡길 수 없다. 중요한 정치 변곡점마다 현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이 어떻게 야권을 대표할 수 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나 전 의원의 인식과 자세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정치행태”라며 “제1야당이 못나서 정권 빼앗기고 연전연패한 것이니 거기에 대한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것을 두고 “왜 떨어졌는지 반성부터 해야 본인이 나아갈 답이 보일 것”이라면서 “첫 출마 회견을 네거티브로 시작하면 오히려 시민들에겐 자신감의 결여로 비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일화 방법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간 기싸움이 이어지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섰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안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야권 단일화 실패로 서울시장 선거가 민주당-국민의힘-국민의당의 ‘3자 구도’로 펼쳐진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자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비상대책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단일화 방법에 대해 두 가지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은 "우리당 시장 후보를 경선 과정을 통해서 선출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그런 얘기할 필요가 없다"며 양당의 갈등이 격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선을 그었다.

한편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를 벌인 결과 안 대표가 26.9%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12.1%, 나 전 의원 7.4%, 금태섭 전 의원 3.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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