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 “지금 시점이 북남 수뇌분들이 만날 때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원산갈마비행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비행지휘성원들의 전투비행술경기대회-2019'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16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간부들과 경기대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동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한·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거절했다고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월 5일 남조선(대한민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어 왔다”며 “진정으로 되는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어 “하지만 흐려질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남조선당국도 북남사이에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의연히 민족 공조가 아닌, 외세 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또한 “지금 이순간에 조차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북남관계 문제를 들고 미국에로의 구걸행각에 올랐다니 애당초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이 모든 것을 외세의 손탁에 전적으로 떠넘기고 있는 상대와 마주앉아 무엇을 논의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통신은 “무슨 일에서나 다 제 시간과 장소가 있으며 들데, 날데가 따로 있는 법”이라며 “과연 지금의 시점이 북남수뇌(남북정상)분들이 만날 때이겠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이유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통신은 “모처럼 찾아왔던 화해와 협력의 훈풍을 흔적도 없이 날려보내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남조선당국이 종이 한 장의 초청으로 험악한 상태를 손바닥 뒤집듯이 가볍게 바꿀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한 오산은 없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고 날을 세웠다.

통신은 특히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죄스러운 마음으로 삼고초려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민족의 운명과 장래 문제에 아무런 관심도 없는 다른 나라 손님들을 요란하게 청해놓고 그들의 면전에서 북과 남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근본문제,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북남수뇌들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넣어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통신은 “무슨 일이나 잘되려면 때와 장소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런 이치도 모르는 상대와 열백번을 만난들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라며 “그 척박한 정신적 토양에 자주적 결단이 언제 싹트고 자라나는가를 참을성있게 지켜보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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