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신년사 언급 지켜본 뒤 일차적 입장 내놓을 듯"

"수용하더라도 단발성...남북관계 국면 전환 계기는 못될 것"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데일리한국 김종민 기자] 정부가 29일 통일준비위원회 명의로 내년 1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한 가운데 북한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전옥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전 국가정보원 제1차장)는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남북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한이 대화에 나올 가능성은 비교적 낮게 봤다.

전 교수는 먼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번 대화 제의 수용이 얼마나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 지켜본 뒤 일차적 입장을 내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북한은 현재 남북 화해·협력보다는 긴장 국면 조성을 통해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으며 통준위에 대해 흡수통일을 위한 기만적 기구라고 주장하면서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측면에서 김 1위원장도 이번 대화 제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북측의 대화 수용 가능성은 비교적 낮게 봤다.

또 전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잘해야 한두 번 정도 만나는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며 남북 관계가 대화 국면으로 본격 전환될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 교수는 "정부의 이같은 대화 제의가 소니 해킹 문제가 부각되기 이전, 즉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미국을 다녀온 직후에 미리 있었거나 해킹 문제가 일단락되고 북한 신년사 내용을 본 이후에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이번 남북 대화 제의와 관련 "시기적으로 우리가 남북 대화에 너무 연연해 하며 다급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회담이 열리더라도 정부가 수세적 입장에 처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전 교수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정부가 꾸준히, 성실하게 대화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만약 북한이 이번 대화 제의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대내외적으로 정부의 대화 제의 실패에 대한 비판론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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