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인터뷰] 이부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민주·반민주 옛날 프레임 집착, 계파 공천이 참패 원인"
"민주당 이름 되찾고, 당원 투표로 공천해야 미래 있다"

이부영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새정치민주연합 이부영 상임고문은 4일 "내년 전당대회까지 당을 완전히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면서 "적당히 전당대회를 치르고 계파 공천을 계속 하려면 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재야민주화운동의 리더를 거쳐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낸 이 상임고문은 이날 데일리한국과 가진 인터뷰에서 7.30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참패한 원인과 당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의 근본적 혁신을 거듭 역설했다.

이 고문은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참패한 원인에 대해 "이미 판은 크게 변했는데 민주 대 반민주 등 옛날 프레임에 갇혀 네거티브 전략만 편 게 첫째 이유이고, 계파 다툼의 연장선에서 공천한 것이 두 번째 이유"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이 질 수 없는 선거에서도 지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앞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고, 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지역위원장 등을 선출해야 당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참패했는데, 가장 큰 패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판은 크게 변했는데, 야당이 지난날 프레임에 갇힌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아직도 독재 대 반독재, 민주 대 반민주의 판에 박힌 프레임에 갇혀 타성적으로 움직이면서 네거티브 전략을 폈다. 남북 문제, 민생 문제, 인권 문제 등 여당보다 선도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았다. 그런 문제에서 포지티브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2004년 이후 선거에서 내리 졌다. 여당을 적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함께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경쟁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저쪽(여당)을 적, 재벌 앞잡이, 보수꼴통이라고 몰면 그쪽은 우리를 종북, 노동자 선동 세력으로 몰게 돼 있다. 여도 야도 그런 식으로 가면 생산적 정치는 안된다. 여당과 적대적 모순 관계에 서려는 자세가 문제였다. 여당이 대선이나 총선 뒤에는 말을 바꾸었지만 선거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 등 야당 프레임을 빼앗아 갔다. 새누리당이 야당에 비해 훨씬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근본적 패인이 있었다."

-두 번째 패인을 지적한다면.

"파쟁과 파벌의 연장선에서 사고가 경직되면 당내에 파벌이 많을 수밖에 없다. 파벌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면 보수 성향이 강한 언론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파벌 다툼 양상으로 공천을 한 게 주요 패인이 됐다. 질 수 없는 선거에서 진 것이다. 여당이 실수와 실책을 남발해 왔는데 그런 속에서도 국민들은 야당에 대해 '당신들은 미덥지 못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과거 3김시대에 어느 정도는 각계의 유능한 사람을 영입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없는데다, 계파 싸움 논리에 따라 공천이 이뤄지니 좋은 인물들이 야당에 덜 모이는 것 같다.

"옛날에도 계파 나눠먹기가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런 문제를 조정해낼 능력을 갖춘 지도자들이 있었다. 막강한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있어서 공천 문제를 조정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기능마저 없어서 '콩가루 집안'이란 얘기를 듣게 됐다. 결국 밑에서 공천을 해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야 낙하산 공천이 안된다. 전략공천이란 미명 아래 계파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을 내려 보냈다. 앞으로 20개월 가량 선거가 없다. 민주당(새정치연합)에는 금쪽 같은 시간이다. 당을 완전히 없애면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앞으로 총선 공천과 대선이 있으니까 얼마 안 있으면 당내 세력들이 먹잇감을 나누는 잔치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질수 없는 선거에서 지고 나서도 정신을 못차리면 민주당은 살아남기 어렵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에서 누구도 중심을 잡는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때가 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행사가 열린다. 분명한 점은 그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 분들을 계파 수장처럼 모시는 언행을 그만해야 한다. 돌아오지 않을 카리스마를 이용해 다시 세일즈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념식을 가질 수는 있어도 그 시대의 그 리더십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오도하면 안 된다. 그런 시대가 다시 올 수 없는데도, 자꾸 그렇게 하면 그분들을 욕 보이는 것이다. 그런 일을 그만하고 새로운 리더를 만들어내야 한다. 예를 들면 486세대, 민청학련 세대 등이 있다. 이들의 힘이 부족해도 그 중에서 리더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다. 안에서 숙성돼 리더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까지 서로 잡아당기고 못되게 했다. 2004년 이래 당 지도부가 26번인가, 27번 바뀌다 보니 새로운 지도부로 나설 사람이 소진됐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낡은 얼굴이 된 사람이 많다. 그들을 끌어내린 사람들도 자기들 중에서 리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남은 사람도, 올라갈 사람도 없게 됐다. "

-박영선 원내대표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비대위는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돼야 하는가.

"6.4 지방선거 때 단체장 선거 등에서 떨어진 인물들이 많다. 가령 송영길, 김진표, 김부겸, 김상곤, 김영춘 등이다. 시간적 여유도 있는 이 분들이 비대위에서 적극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외부 인사들 중에 여성들, 정치개혁 및 외교안보 분야에 식견을 가진 사람들과 계파 공천 과정에서 피해를 봐서 정치개혁을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허동준, 문용식 등의 원외 인사들도 비대위에 참여시켜야 한다. 외부 인사에게 당 혁신을 맡는 기구의 책임자를 맡게 해서 칼자루를 쥐어주고 내년 전당대회까지 완전히 당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적당히 전당대회를 치르고 계파 공천을 하려면 당 간판을 내려야 한다."

-새정치연합에 미래가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꾸고, 공천을 밑에서 해 올리도록 해야 한다. 당원들을 정예화해서 당원들의 직접 투표로 지역위원장(당협위원장)을 뽑도록 해야 한다. 중앙당에서 지역위원장을 지명하면 계파 갈등이 심화된다. 또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 방식으로 선출하면 이쪽저쪽에서 돈으로 (국민들을) 동원하게 되는 문제점이 생긴다. 그리고 각 지역위원장을 뽑는 선거대책기구를 만들되, 지역에 거주하면서 특정 계파에 매몰되지 않는 제3자가 선거대책기구 책임을 맡도록 해야 한다. 또 각 지역 선관위가 선거를 감시하도록 협력을 받으면 된다. "

-미래가 있으려면 민생 문제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계파 갈등도 지양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생뿐 아니라 외교안보 및 국제 분야에서도 포지티브하게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 여당이 제대로 못하는 것이 많으므로 , 야당이 얼마든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끌고 갈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는가. 공부를 하지 않으니 그렇게 된 것이다. 또 계파 갈등을 지양하려면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 방법은 밑바닥에서 인물을 뽑아 올리는 것이다. 계파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들도 '계파 지양'을 얘기한다. 말로만 그런 소리를 하지 말고 구체적인 계파 해소 방안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

-새정치연합이 지향해야 할 노선을 놓고 논란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

"정말 평화와 복지로 가야 한다. 그 문제에 관해서는 양보 없이 싸워야 한다."

-진보와 보수 중 어느 쪽으로 더 가야 하는가.

"판이 갈렸는데 진보 보수가 따로 있을 수 있는가. 평화와 복지에는 진보와 보수도 없다, 보수는 평화와 복지를 추구하지 않고 전쟁과 양극화 쪽으로 가는가. 그렇지 않다. 그런 것을 따질 이유가 하나도 없다. 평화와 복지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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