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척추관절연구소 김현성 선임연구원. 사진=자생한방병원 제공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최근 눈과 입 주변 근육이 마비돼 얼굴이 비뚤어지고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안면신경마비 환자가 늘고 있다. 면역력 약화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 과도한 스트레스 등이 주요 원인으로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안면신경마비 환자는 18만8806명으로 20만명에 육박한다. 이 중 한방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9만9342명으로 양방진료 환자 수 8만9464명보다 1만명이나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한방진료에 대한 안면신경마비 환자들의 선호도가 양방진료에 비해 더 높은 것을 보여준다.

안면신경마비는 발병 즉시 집중 치료를 시작해야 치료 효과를 높이고 후유증도 방지할 수 있다. 이때 한방에서는 한약을 통해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신경 손상을 줄이는 것에 중점을 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현성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자생한방병원 안면신경마비 클리닉에서 처방되고 있는 와사해표탕의 주요 한약재인 ‘택란’(Lycopus lucidus Turcz)의 신경치료 효과를 실험연구를 통해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뇌 표면을 이루는 대뇌피질뉴런을 대상으로 택란 추출물이 신경세포의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재생 인자를 활성화시켜 신경손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Inflammation Research (IF=4.953)’ 5월호에 게재됐다.

대뇌피질뉴런은 대뇌피질에 존재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대뇌피질의 신경세포는 감각과 운동, 언어 등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주요 기능을 수행한다. 이에 따라 대뇌피질뉴런을 대상으로 신경계 질환 치료와 관련해 신경보호 및 재생 효과가 있으면서도 항염증 효과를 지닌 한약 추출물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택란은 꿀풀과 식물인 쉽싸리의 전초를 말린 한약재다.

택란은 독성이 적고 항염증 및 항산화 효과와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어혈을 없애는 효과가 있어 신경계 질환과 부인과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택란의 항산화와 항염증 효과에 대한 기초 연구는 있지만, 와사해표탕이 자생안면마비 클리닉의 대표처방으로 임상적으로 다용되는 것에 비해 효과 신경보호 효과와 관련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구팀은 배아 17일차 실험쥐의 대뇌피질에서 분리한 뉴런을 대상으로 택란 추출물의 신경보호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우선 과산화수소를 이용해 대뇌피질의 신경세포 사멸과 염증 반응을 유도한 뒤 택란 추출물을 다양한 농도로 처리했다.

그 결과, 택란 추출물을 처리한 신경세포에서 축삭돌기의 재생이 빠르게 회복했다. 택란 추출물의 농도가 진할수록 축삭돌기의 재생도 활발해졌다.

택란 추출물은 염증유도인자 ‘NLRP3 인플라마좀’(Inflammasome)의 활성도 억제했다. 택란을 처리한 신경세포에서는 NLRP3 인플라마좀을 구성하는 NLRP3와 ASC, caspase-1의 발현이 감소됐다.

뿐만 아니라 신경재생을 유도하는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와 신경성장인자(NGF, nerve growth factor)의 발현도 증가시켜 택란의 신경보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논문의 제1저자인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김현성 선임연구원은 “이 연구를 통해 택란의 신경보호 및 재생 효과가 밝혀진 만큼 매년 증가하는 안면신경마비 환자의 효과적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중추신경계 염증 치료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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