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경우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고 있는 수준에 이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1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30대 우울 위험군 비율은 각각 30.0%, 30.5%로, 60대(14.4%)에 비해 2배 이상 높아 젊은 층이 코로나19로 인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의 도움말로 코로나블루 대처법에 대해 알아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주영 교수. 사진=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 노년보다 코로나 블루 타격 큰 청년

코로나 블루는 전 연령층이 겪는 문제이지만 상대적으로 노년층보다 청년층이 더 어려움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노년기 우울증도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오랜 세월 축적된 경험을 통해 심리적 위기 상황에서 비교적 긍정적으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수업과 직장 등의 근무 환경이 비대면 위주로 전환되면서 일·공부·휴식 간의 경계가 무너지고,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대면 환경에서의 긍정적 정서 교류 기회가 더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됐다.

또한, 해외 입출국에 제약이 생기면서 자기 계발이나 전공 공부 등 개인적인 커리어나 계획에 차질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기업들이 어려워지면서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대폭 줄어든 경우가 많았고, 때로는 인력 감축도 이뤄졌기에 취업난을 비롯한 현실적인 진로 문제와 경제적인 어려움도 증폭됐다.

◇ 비난은 금물…가족들의 공감이 필요

우울증은 의지가 부족하거나 나약해서 걸리는 것은 아니다. 환자에 대해 비난하는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우울 증상이 있으면 무기력감과 의욕 저하가 동반되므로 바깥 활동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게 된다. 불면 때문에 불규칙적 생활을 지속하거나 식욕 저하가 찾아와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오히려 너무 많이 자거나 폭식을 하기도 한다.

활동 저하 및 불규칙적 생활 습관이 우울 증상을 다시 악화시킬 수 있기에 악순환 고리를 끊어주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주요 우울 증상들을 숙지해 증상 발생 초기에 환자를 설득하고 전문가에게 빠르게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대화의 처음부터 병원에 내원할 것을 바로 권유하는 것은 자칫 환자의 최근 행동이나 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와 언급으로 비칠 수 있으므로 유의한다.

힘들거나 어려운 일은 없는지 물어보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섣불리 괜찮아질 것이라거나 잘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환자 감정에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많이 힘들겠구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정도의 표현이 좋다.

◇ 적극적 치료·걷기·사회관계 형성 필요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항우울제 기반의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병행해 치료한다. 항우울제의 경우 세로토닌 등 여러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것으로서 증상을 치료하게 된다.

그러나 항우울제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2~4주 이상의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급성기의 불면, 불안 조절을 위해 빠른 효과를 보이는 약제를 병행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 외에는 부정적으로 왜곡된 인지를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시행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경두개자기자극술(TMS)과 같은 뇌 자극 치료를 시행해 비약물적으로 치료 효과를 얻기도 한다.

스스로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은 바깥 활동을 늘리는 것이다.

휴대폰 앱을 통한 활동량을 살펴봤을 때, 우울 증상이 심한 환자는 진료일 외에 일주일 내내 매일 100보도 걷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활동량을 높이면 우울감이 빠르게 회복됨을 보였다. 우울하고 무기력하다고 움직이지 않고 바깥 활동을 하지 않으면 우울증을 극복하기 더 힘들어지므로, 몸을 움직이는 야외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활동도 좁은 실내 공간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넓은 공원에서 산책하기 등 혼자 할 수 있는 야외 활동을 시행함이 기분 전환에 도움 된다.

또 대면 인간관계를 많이 가질 수는 없지만, 비대면으로라도 좋은 사람들과의 교류를 지속하면서 인간관계를 통한 기분 전환, 혹은 예술 감상, 독서 등의 활동을 통해 자기만의 방식대로 좋은 기분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식욕이 떨어진다고 음식을 대충 먹지 말고, 균형 잡힌 식단의 음식을 잘 섭취하는 것이 우울증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오주영 교수는 “우울감과 함께 수면 및 식욕에 변화가 생긴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한 수준이 아닌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라며 “우울증이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내과 및 외과적으로 특별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통증 또는 신체 증상의 경우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주영 교수는 “우울 증상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잔잔한 우울감이 2년 이상 지속 되면 만성 우울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우울증 자가 체크리스트

일상적으로 누구나 우울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일시적인 우울한 기분만으로 우울증을 진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래 9개 항목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 되면 전문의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온종일 우울한 기분이 든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활동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데 살이 빠지거나 (혹은 반대로 살이 찌거나), 지속적 식욕 감소(또는 증가)가 있다 △불면증이 있거나 너무 많이 잔다 △초조하거나 불안하다 △몸이 피로하고 활력이 없다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책감을 느낀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해진다 △죽음에 대해 반복적으로 생각이 들거나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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