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용 시 도파민 신경세포 손상 적어

사진=세브란스병원 제공
[데일리한국 김진수 기자] 파킨슨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경구용 당뇨약제가 확인됐다. 그동안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치료제가 없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추후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정승호 교수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가 경구용 혈당강하제 DPP-4 억제제를 복용했을 시, 도파민 신경세포의 손상이 적고 추적관찰에서도 좋은 예후를 보임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임상 신경학 분야 학술지 ‘뇌(Brain, IF: 11.337)’ 최신호에 게재됐다.

파킨슨병은 대표적인 퇴행성 뇌 질환으로, 중뇌에 위치한 흑질이라는 뇌의 특정 부위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서서히 소실돼 가는 질환이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운동증상은 도파민 보충 약제로 조절이 가능하지만, 병의 진행 경과를 바꾸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파킨슨병 환자에서 운동증상을 호전시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퇴행성 뇌 질환 특성상 결국 악화되는 질환인 만큼 병의 자연경과를 바꿀 수 있는 치료제가 필요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초기 파킨슨병 환자 69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파킨슨병 진단 시 DPP-4 억제제 복용 여부에 따라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를 도파민 PET 영상을 통해 비교 분석했다.

세그룹은 (A그룹)당뇨병이 없는 파킨슨병 환자 558명, (B그룹)DPP-4 억제제를 복용하지 않은 당뇨 파킨슨병 환자 85명, (C그룹)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 파킨슨병 환자 54명으로 분류됐다.

또한, 장기간 관찰한 617명의 파킨슨병 환자들을 추적 기간 동안 증상조절에 필요한 도파민 약제 증가량과 운동성 부작용(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현상)의 발생빈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DPP-4 억제제를 복용한 당뇨병 동반 파킨슨병 환자군(C그룹)이 DPP-4 억제제 미복용 환자(B그룹)뿐만 아니라 당뇨가 없는 파킨슨 환자(A그룹)보다도 도파민 운반체 밀도가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이는 도파민 신경세포의 소실 정도가 적은 것을 의미한다.

장기간 추적 관찰연구에서도 DPP-4 억제제 복용군이 미복용군 및 당뇨가 없는 파킨슨병 환자에 비해 예후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파킨슨병의 진행을 반영하는 지표인 도파민 약제 용량 증가량 비교에서 C그룹이 A, B그룹과 비교해 증가량이 유의미하게 적었다.

또한, 각 그룹별로 파킨슨병 진행과 관련한 운동 합병증인 이상운동증 및 약효 소진 증상 발생률을 비교한 결과에서도 C그룹(이상운동증 3.7%/약효소진 5.6%)이 A그룹(이상운동증 22.2%/약효소진 24.4%), B그룹(이상운동증 21.2%/약효소진 24.7%)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승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에서 신경세포 소실을 예방해줄 뿐만 아니라 신경 보호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세계적으로 파킨슨병의 질병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를 보인 약물을 발견하지 못한 상황에서 DPP-4 억제제가 파킨슨병 진행 억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들의 임상시험을 통해 파킨슨병에서 DPP-4 억제제의 신경 보호 효과를 검증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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