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가 도래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중 약 25%가 9살 이상으로 사람 나이 약 60세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반려동물도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강아지, 고양이들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질병의 유형이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신장병, 신부전으로 동물병원을 찾는 경우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콩팥이라 불리는 신장은 체내 노폐물과 독소를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의 수분, 전해질, 산성도를 유지하는 등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다. 신부전(Renal failure)은 신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체내의 노폐물과 독소가 제거되지 못해 요독증의 다양한 임상증상과 함께 마지막에는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매우 무서운 질환이다.

신부전 치료는 전통적인 수액치료와 체외신장대체치료(ERRT, Extracorporeal renal replacement treatment)가 있으며 질환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적합한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신장의 손상 정도가 경미하다면 일반적인 수액 치료나 약물치료로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으나, 신장손상 정도가 크거나 급격히 손상되었다면 신장이 회복되기 이전에 다양한 요독증 증상으로 사망할 수 있어 대표적인 체외신장대체치료인 혈액투석(HD, hemodialysis)을 해야 한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체외로 빼내 인공신장(투석기, dialyzer)를 통해 신장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대체하며, 혈액을 걸러 다시 넣어주는 신장대체치료 요법이다. 혈액투석을 통해서 환자의 혈중 노폐물을 제거하고, 무뇨·핍뇨기를 겪고 있는 환자에서 체내 과잉수분을 제거함으로써 전해질 및 산-염기 균형을 조절해 심한 요독증으로 인한 합병증들을 완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체중이 적은 강아지와 고양이는 혈액투석을 실시하는 상황이 사람과는 많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만성 신부전/말기 신부전 단계에서 신장 기능을 대체해 생명을 연장하고, 신장이식을 준비하는 데 방점을 두는 반면, 동물 경우 여러 제약사항으로 인해 만성손상기가 아닌 급성 손상기에서 급성 손상단계를 벗어나 회복까지의 시간을 버는 방법의 일환으로 투석치료가 시행된다. 이 때문에 반려동물의 경우 만성 신부전의 말기단계(ESRD, End stage renal disease)에서는 투석이 추천되지 않는다.

급성신부전 또는 중독의 경우 투석치료는 빠르면 빠를수록 환자의 회복율, 생존율을 높인다. 이미 효과 없이 오래 지속된 치료로 증세가 악화된 불안정한 환자라면 투석치료로 충분한 효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동물에게 다발하는 급성신부전증, 급성 신장손상이 겹친 만성신부전(Acute on Chronic)에 대한 투석치료는 모든 치료를 다 해보고 선택하는 마지막 옵션이 아니라, 초기 치료에 반응이 없을 경우에 빠르게 결정해야 하는 첫 번째 치료로 고려되어야 한다.

안운찬 24시스마트동물병원 신사본원 혈액투석, 신장비뇨기센터 센터장은 "사람과 반려동물의 신부전 치료는 비슷한 것 같지만 사소한 차이가 치료 성공 여부, 더 나아가서는 생존 가능성을 가르기 때문에 동물에게 적용되는 투석의 목적을 정확히 알고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는 전문의료진을 찾아 시술과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병원 내 체중이 작은 강아지와 고양이를 위해 낮은 혈류속도(Blood flow)로도 투석이 가능한 혈액투석기계를 충분히 확보했는지 등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병원을 선택하여 소중한 반려동물을 위한 올바른 판단과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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