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는 저강도 운동이기에 관절염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부담이 없는데다가 장비나 운동기구 등도 필요하지 않아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여가 시간에 취미로, 혹은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걷기 운동을 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걷기 역시 무리하면 신체 건강에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본격적인 노화가 시작되는 중장년층, 임신 중인 여성, 복부비만,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습관을 가진 경우라면 장거리 보행이 하지정맥류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 있는 정맥의 판막이 망가져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때 발생하는 혈관질환이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전달되어야 하는 혈액이 역류하지 않도록 밸브(valve) 기능을 하는 판막이 손상되면서 혈류가 다리로 집중되는 질환이다. 초기에는 다리의 부종, 중압감, 피로감 등만 발생하기 때문에 간과하기 쉽지만 심해지면 다리로 고인 혈액 때문에 혈관의 탄력이 떨어지면서 피부 겉으로 돌출되는 증상과 함께 종아리 통증, 가려움증, 저림, 야간 경련 등의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다.

다리가 건강한 편이라면 장거리 보행을 통해서 신체를 단련시킬 수 있지만, 평소 오래 앉아 있거나 서 있는 습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 노화, 임신, 복부비만 등 하지정맥류를 유발하는 요인들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었다면 장거리 보행이 다리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증세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기 쉬운데, 이 경우 피부 착색, 피부염, 혈전, 궤양, 괴사 등의 합병증까지 동반될 수 있다. 합병증까지 나타나게 되면 치료가 더 어려워지는데다가 회복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 질환의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내원하여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증상 초기에는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처방하거나 약물요법을 시행한 후 진행 상태를 꾸준히 관찰하는 보존적인 요법이 시행된다. 증상이 좀 더 진행된 경우에는 주사경화요법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기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고주파 치료, 레이저 치료, 외과적 발거술과 같은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만족스러운 결과를 위해서는 부위별 체계화된 2~3가지 치료법을 병행한 복합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서울하정외과 대구점 김연철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인데다가 재발률도 높은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증상에 따른 정확한 치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한데, 하지정맥류 환자이거나 이 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은 편이라면 장거리 보행이나 등산, 마라톤과 같이 다리의 압력을 높이는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며 “대신 짧은 거리를 걷는 운동이나 스트레칭, 수영 등 비교적 저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다리 건강을 지키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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