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착공 시작해 2024년 반도체 양산 시작

첨단 라인으로 운영…5G·HPC 반도체 등 선점

고객사와 접근성 뛰어나, 선단공정 경쟁력 확대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삼성전자의 미국 내 새로운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위치로 텍사스주 테일러(Taylor)시가 확정됐다. 지난 14일 해외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이 최종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라인 투자와 관련해 미국 테일러시 등과 협의를 완료했다고 24일 공시했다. 삼성은 170억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해외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와 오스틴 등 공장이 들어설 지역을 놓고 저울질해왔다. 이 부회장은 최종적으로 오스틴 공장과 25km 떨어져있는 테일러시 부지에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번 공장 건설은 삼성전자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170억달러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공장 후보지를 직접 둘러본 뒤 최종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다.

삼성전자는 "2022년 상반기 착공 후 2024년 하반기 반도체를 양산할 예정"이라며 "건설·설비 등 투자 비용으로 총 170억달러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곳은 최첨단 생산라인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기존 삼성 오스틴 공장은 14나노 공정이 주력이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팹을 통해 대만 TSMC와의 미세공정 경쟁에서 패권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5G,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이곳에서 생산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성은 선단공정에서 TSMC를 따돌리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내년 상반기 평택에 있는 파운드리 팹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하면 TSMC를 기술적으로 앞지르게 된다.

2024년부터 미국 테일러 공장에서도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면 기술력 뿐 아니라 수주량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업계에선 앞으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전체 점유율을 높이기보다는 수익성 높은 선단공정에서 TSMC를 넘어서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세계 시장에서 파운드리 점유율이 삼성전자의 3배 이상이다, 하지만 10나노 이하 공정 점유율에선 TSMC가 60%, 삼성전자가 4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북미 지역에서의 반도체 수요 확산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내년 상반기 3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할 평택 파운드리 라인에선 퀄컴, AMD 등의 차세대 제품이 양산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미세공정 기술력은 TSMC와 비슷하거나 뒤처졌지만 3나노부터는 GAA를 통해 이를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테일러 공장이 오스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특히 앞으로 삼성이 선단공정에서 북미 고객사를 확대하는 데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공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 오스틴 공장은 1996년부터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해오던 것을 파운드리 라인으로 전환한 것이다. 접근성을 이점으로 애플과 퀄컴의 차세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을 수주하는 성과를 냈었다.

전세계 파운드리 산업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와 맞물려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파운드리 시장 매출 규모가 1176억9000만달러(약 137조6000억원)로 올해보다 13.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의 미국 반도체 공장 위치 결정은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후 몇달만에 나온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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