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파운드리 공장 설립 세부계획 발표 임박

연말 이건희 회장 별세 후 2번째 정기인사

조직개편 통해 미래먹거리 투자 구체화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포스트 이건희' 1년을 맞아 '뉴 삼성' 전략의 윤곽을 보여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재계에선 25일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1주기를 맞은 만큼 이를 기점으로 이 부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많다.

삼성전자의 핵심은 반도체 사업이다. 당장 이 부회장은 미국에서의 새로운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설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 미국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에 약 20조원을 투자해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공식화된 이번 투자는 이 부회장의 출장 뒤에 세부 내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앞으로 파운드리 분야에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시장에서 D램 점유율 40%가 넘지만 파운드리 분야에선 20%가 되지 않는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는 3배 이상이다(2021년 2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핀펫(FinFET)보다 진보한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내년 상반기 3나노부터 적용한다. TSMC가 5나노 공정에서 고객사 다수를 선점하자 앞선 기술로 판을 바꾸는 전략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미세공정은 TSMC와 비슷하거나 뒤처졌지만 GAA를 통해 이를 넘어설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이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을 인수한 이후 굵직한 인수합병 사례가 없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하만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년 내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합병을 단행할 것"이라며 "인공지능(AI), 5G, 전장 등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연말 사장단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 방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이 부회장의 앞으로의 구상을 읽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 방안과 관련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외부용역을 맡긴 상태다.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회장 호칭을 얻게 되는 시점도 관심사다.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후 삼성에 회장 직급은 현재까지 공석으로 남아있다. 이 부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2명은 부회장 직급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재계에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올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논란과 사법 리스크 등이 남아있는 만큼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논란 등을 의식해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한편 고(故) 이건희 회장의 1주기 추도식은 25일 오전 경기 수원시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엄수됐다.

이날 10시에 시작된 추도식은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등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소하게 진행됐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해 10월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은 지 6년5개월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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