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업 소비 수요 줄며 전자제품 판매 감소 전망

삼성전자·소니 등 올해 TV 판매 목표 하향조정

구리·알루미늄 등 원자재값 상승도 업계에 부담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세계 각국이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모색 중인 가운데 전자제품 구매에 대한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언택트(비대면), 펜트업(억눌린) 소비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4분기는 노트북, TV, 생활가전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노트북 수요는 둔화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7월 크롬북에 대한 수요가 6월 대비 약 50% 감소했다고 밝혔다.

TV 수요도 빠르게 꺾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 전세계 TV 출하량이 1억1700만대로 전년 동기대비 8.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LG전자의 가전사업 영업이익은 이미 3분기부터 전년 대비 하락 전환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아직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와 같은 대목이 남아있지만 올해 큰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가 강하다.

인플레이션 압력도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3.57로 전년 동월 대비 5.3% 크게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8월보다 0.3%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전자제품의 핵심 원자재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다. 치솟는 원자재 가격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가 제품 판매가를 유지하는데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구리는 가전제품 재료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5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구리 가격은 하락한 뒤 최근 다시 상승 조짐을 보이는 모습이다. 12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국제 구리 가격은 톤당 9465달러로 거래를 마쳐 새해 첫 거래일인 1월4일(7919달러)과 비교해 19.5% 올랐다.

같은날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306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13년 만에 최고치로 오른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발 전력난이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올해초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014달러였다.

세계 TV 메이커들은 이미 올해 생산목표를 하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매체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TV 목표 출하량을 기존 4800만대에서 4500만대로 낮춰잡았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TV 출하량은 4928만대다.

중국의 TCL은 올해 3000만대 출하 목표에서 2500만대로 하향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중국 하이센스는 2400만대에서 2000만대로, 일본의 소니는 기존 1000만대 목표에서 800만대까지 낮췄다.

국내에서도 TV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다나와리서치에 따르면 3분기 국내 TV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했다. 이 기간 노트북 판매량은 전년 대비 0.4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의 TV 판매량 감소는 펜트업 소비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노트북 판매의 경우 국내 시장이 크지 않은 만큼 세계 반도체 쇼티지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나와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 증가로 인한 쇼티지 현상이 국내 완제품 시장에 주는 영향은 현재로서는 미미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시세에도 아직 큰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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