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구리·알루미늄 등 핵심 원자재 가격 급등

화웨이·샤오미·레노버 등 일부 제품 가격 올려 대응

사진=LG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구리, 아연, 알루미늄 등 원자재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가전업체가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국제 구리 가격은 톤당 9852달러로 새해 첫 거래일인 1월4일(7919달러)보다 24.4% 올랐다. 1년 전(5588달러)과 비교해선 76.3% 상승했다.

치솟는 구리 가격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에 부담이다. 구리는 가전제품 재료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구리 값은 지난달 중순 1만72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알루미늄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4일 알루미늄 가격은 톤당 2413달러로 연초 2014달러에서 19.8% 올랐다. 시장에선 이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를 버티지 못한 중화권 전자기업은 제품 출고가를 올리고 있다. 이들 기업은 저가 공세를 핵심 전략으로 한 탓에 마진이 높지 않다. 이로 인해 원자재 값 인상에 쉽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매체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에이서, 에이수스, 레노버 등은 일부 노트북 제품의 판매 가격을 올린 상황이다. 최근 화웨이의 노트북 '메이트북' 시리즈 중 일부 모델은 가격이 47~94달러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가성비로 유명한 샤오미도 대응에 나섰다. 지난 4월 샤오미는 '샤오미TV'와 '레드미TV'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반도체의 품귀 현상과 함께 원자재 값 상승세가 부담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와 함께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삼성전자, LG전자 또한 제품 가격 인상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급 불균형과 함께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세계 가전업계에 도미노식 가격 인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소비자가전(CE) 부문 원재료 매입액 가운데 스틸(철판)의 비중은 5.1%를 차지했다. 가전제품 외부 케이스를 만드는 데 주로 활용되는 철판은 최근 가격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LG전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LG전자는 1분기 사업보고서에서 "철판의 평균가격은 올해 1분기는 각 국가별 경기부양에 따른 건설 수요 증가로 전년 대비 7.5% 상승했다"고 밝혔다.

가전 제품 수요는 늘고 있지만 제품에 들어갈 원자재 공급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 최근 주요 구리 생산지인 남미 지역에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생산차질로 구리에 대한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원자재 값 상승으로 인한 영향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원자재 수급에 대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인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가전업체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제품 출고가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면서 "대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여부에 따라 국내 가전업계 대응 방안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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