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반도체 등 공급 부족한 레거시 수요 공략

키파운드리 인수 추진…8인치 캐파 2배 확대 기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한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에서 8인치(200mm) 캐파(생산능력)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옛 매그나칩 파운드리 부문인 키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키파운드리는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기업이다. 이 회사를 인수할 경우 SK하이닉스의 관련 캐파는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8인치 웨이퍼 기준 월 8만5000장의 캐파를 갖췄다.

키파운드리의 8인치 캐파는 월 8만2000장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SK하이닉스의 8인치 캐파는 2배 늘어난다.

SK하이닉스가 이 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최근 8인치 몸값이 크게 뛰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세계는 12인치(300mm)보다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공급이 적어 비상이다.

12인치 웨이퍼로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고부가제품을 만든다면 8인치에선 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MCU) 등을 생산한다. 8인치 웨이퍼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하지만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8인치용 장비는 이미 감가상각이 끝났기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에서 수익성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며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사업 구조를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풀이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키파운드리는 충북 청주에 있는 SK하이닉스의 공장과 인접한 곳에 시설을 갖추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청주 M8 공장 설비를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 우시 공장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를 인수할 경우 국내에 8인치 팹 거점이 다시 만들어지는 셈이다.

공정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는 350~110나노 공정을 사용해 DDI,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등을 만든다. 키파운드리는 350~57나노 공정을 사용한다. 최근 DDI 등의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당분간 8인치 수요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8인치 수요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이 중국의 SMIC에 제재를 가하기 시작한 후 8인치 기반 반도체 공급이 더 빠듯해졌다.

키파운드리는 지난해 매그나칩반도체가 파운드리 사업부를 떼내 매각하면서 출범한 기업이다. 당시 매그나칩 파운드리 사업부는 국내 사모펀드가 조성한 펀드(매그너스 PEF)에 인수됐다. 이 펀드에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SK하이닉스가 각각 50%+1주, 49.8%를 출자했다.

SK하이닉스는 새마을금고중앙회와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절반 가량의 지분을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최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 확대 차원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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