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차량용 반도체 직접 나서겠다" 밝혀

차량용반도체 마진 적고 기술장벽 높아 소수기업 영역

삼성전자, 미국에 반도체 공장 신설 및 증설 부담 커져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투자 요청에 인텔이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삼성전자의 부담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주재한 반도체 관련 화상회의 이후 로이터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투자 요청에 곧장 화답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삼성전자, TSMC,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마이크론, GM, 포드, 구글 등 19개 기업이 참가했다. 삼성전자 측에선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참석했다.

겔싱어 CEO는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해결에 두팔을 걷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6~9개월 내에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화상회의 이후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아직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날 차량용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논의가 오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증설 내지 신설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수탁생산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선단공정을 중심으로 모바일용 칩, 고성능컴퓨팅(HPC) 칩 등 고수익 품목을 양산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반도체 화상회의'에서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최근 토요타, 아우디, 혼다, PSA, 닛산 등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배경에는 마이크로콘트롤러유닛(MCU)이 있다. 이 부품은 인피니온과 NXP의 미국 텍사스 공장이 한파로 생산을 멈추면서 수급이 더욱 악화됐다.

업계 관계자는 "NXP,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이 주도하는 차량용 반도체는 마진이 적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라며 "설계도를 받아 생산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에서의 반도체 회의 이후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 시계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텍사스뿐만 아니라 애리조나 등 다른 지방정부와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 규모를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TSMC는 앞서 미국 애리조나주에 6개 공장 설립에 360억 달러(약 40조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월 2만장 수준으로 발표했던 웨이퍼 생산 계획을 다시 10만장 규모로 늘렸다.

인텔 또한 지난달 24일 열린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3조원)를 투자, 파운드리 시설을 설립할 계획을 밝혔다.

백악관의 반도체 회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도권을 미국 중심으로 되돌리기 위한 것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전세계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이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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