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초호황 예상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감 커져

전자부품 가격 올라 완성품업체 부담↑…D램 등 반도체 악영향

사진=삼성전자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1월 들어 D램 고정거래가격의 상승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고정거래가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이 대형 거래선에 납품하는 가격이다.

22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4 8기가비트(Gb) D램의 현물거래가격은 지난해말 3.46달러로 상승한 뒤 20일까지 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6월 2달러대로 떨어졌었다.

이보다 용량이 작은 DDR4 4Gb D램 일부는 20일 현물가격이 전일 대비 3.36% 올랐다. 고정가격과 다른 현물가격은 소매점 등 시중에서 거래되는 가격이다.

현물로 거래되는 D램은 전체 시장에서 1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현물가격이 어느 정도 고정가격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고 판단한다.

반도체 장밋빛 전망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 기대감은 커지는 분위기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8조599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33%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개월 전 8497억원에서 1개월 전 9083억원, 최근에는 1조원 이상으로 올랐다.

하지만 동시에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 전망에 대해 섣부르다는 우려 또한 고개를 들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반도체·디스플레이용 부품 등의 잇따른 가격 상승이 완성품 업체에 부담을 줘 메모리 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당장 1분기 D램 고정가격이 현물가격 상승폭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예상보다 많은 규모의 서버용 D램을 판매했다.

이로 인해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D램 재고가 최근 다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사가 보유한 재고가 많으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이들과의 가격협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최근 가전과 TV 등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반도체(PMIC) 등은 수요 대비 공급이 모자라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태다. LED칩 가격은 삼성전자와 LG전자, 애플 등이 미니LED가 들어간 제품을 내놓기로 하면서 5~10% 상승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신흥국에서 판매량이 높은 중저가 스마트폰, 중저가가 다수인 교육용 PC 등은 가격민감도가 매우 높다"며 "이들 제품 가격이 10%만 인상된다고 가정해도 전세계 완성품 수요에 큰 변화가 나타나 결국 반도체 시장에 악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예상보다 좋았던 점도 올해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상반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서버 투자, 하반기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실적에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서버 빗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출하량 증가율)는 무려 40%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시장에 변수가 많아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의사결정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정도가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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