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시행 첫날 경제단체들 일제히 우려 표명

현대중공업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5일 울산조선소에 마련된 추모 장소에서 묵념과 헌화하고 있다. 울산조선소에선 24일 50대 노동자 1명이 철판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조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27일 시행됐다. 대표적 고위험 업종으로 안전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등 안전 강화에 나섰던 철강·조선업계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단체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철강·조선업계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조직 개편 등 주의를 기울여 왔다.

대우조선해양은 기존 안전 조직인 ‘HSE(건강·안전·환경) 추진 담당’을 ‘HSE경영실’로 격상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안전업무 보고를 받는다. 또 경영진과 조선협회, 고용노동부, 노동계 인사 등이 참여하는 안전경영 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삼성중공업은 안전보건 관련 조직·인력·예산 등에 최종 의사 결정권과 권한이 있는 CSO(최고안전보건책임자) 직책을 신설했다. 윤종현 부사장이 현장 최고 책임자인 조선소장으로서 현장 안전 관리에 매진한다.

현대중공업은 안전생산부문장을 부사장으로 승격시켜 엔진기계사업부 생산현장의 안전을 총괄하도록 했다. 또 안전경영부문장의 직급을 전무로 격상시켜 전사 안전을 맡겼다. 안전부문 인력을 20% 증원했다.

현대제철은 사장 직속으로 안전보건총괄 조직을 만들었다. 450억원을 협력업체에 지원해 안전인력을 1.5배 증원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후방감지기와 어라운드뷰 센서 설치 비용을 지원 중인데 이어 올해는 작업자 웨어러블 카메라, 휴대용 감지 경보장치 등도 도입한다.

동국제강은 동반협력실을 신설하고 산하에 안전환경기획팀을 구성했다. 안전 환경 전문 인력을 채용해 운영 중이다. 작업 현장에는 CCTV 설치를 늘렸다.

지난해 안전환경기획실을 본부조직으로 격상하고 올해 인사에서 상무보급 전체 승진 인원의 40%를 현장 출신으로 구성한 포스코는 지난 20일 하청업체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당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안전 관련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설비를 점검 중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호 처벌 대상이 돼 주목을 받으면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잔뜩 움츠린 모습을 보였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첫날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산재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을 경영자에게만 묻는 중대재해처벌법의 문제점이 합리적으로 개정되는 입법 보완이 하루속히 이뤄져야 한다”며 “중대재해의 문제를 기업과 경영자 처벌로 해결하려는 것은 산재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사 범위는 사고 원인과 직접 관계되는 의무사항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처벌 목적의 과도하고 무리한 경영책임자 수사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입장문을 통해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의무 규정이 모호한 탓에 일부 현장에서 1호 처벌 대상을 피하고자 사업을 중단하는 사태마저 벌어지고 있다”며 “경영자에게 명백한 고의 과실이 없는 한 과잉 수사, 과잉 처벌이 이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경련은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제도 개선 논의를 본격화해야 한다”며 “선진국처럼 사후 처벌보다 사전예방 위주로 안전 보건 체계를 확립해 기업경영 위축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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