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복심’(腹心)을 8명으로 늘렸다.

3일 SK에 따르면 장동현 SK㈜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신임 장 부회장과 김 부회장의 승진 배경은 ‘성과’다. 장 부회장은 다양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체질개선의 토대를 닦는 등 그룹 지주사인 SK(주)가 투자전문회사로 거듭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김 부회장은 배터리사업을 그룹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운 공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최 회장 아래 8인의 부회장이 포진하는 진용이 갖춰졌다. 기존엔 오너 일가 2명(최재원 수석부회장·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전문 경영인 4명(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유정준 SK E&S 부회장·서진우 중국사업 부회장) 체제였다. 사업단위별 CEO(최고경영자) 중심 책임경영 체제를 더욱 강화한 셈이다. 최 회장은 이들 ‘8개의 날카로운 창’을 거머쥐고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을 겨냥할 전망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박성욱 부회장은 SK하이닉스를 대표하는 반도체맨이다. 현대전자에서 일하다가 2012년 하이닉스가 SK로 인수된 직후 연구개발총괄 부사장을 맡았다.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한 뒤엔 D램 가격 하락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17조 매출, 5조 영업이익 달성에 성공하는 등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에는 SK의 대대적인 세대교체 분위기 속에서도 오히려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등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다.

SK텔레콤 사장을 겸직하는 박정호 부회장은 그룹 내 정보통신기술(ICT) 및 반도체 관련 최고 전문가다. SK의 하이닉스 인수 당시 내부의 반대를 추스르고 최 회장의 뜻에 따라 주도한 인물이 바로 박 부회장이다. 2004년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비서실장을 맡아 곁에서 보좌한 ‘최태원의 남자’이기도 하다. SK의 캐시카우인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진두지휘하며 그룹의 재무 비전을 이끄는 선봉장이다.

‘LG맨’이던 유정준 부회장을 ‘SK맨’으로 만든 이는 다름아닌 최 회장이다. 직접 영입했다. 1998년 SK에 둥지를 튼 유 부회장은 ‘에너지 전문가’로 익히 유명세를 떨쳐왔다. SK에너지 사장 등 그룹 내 에너지 계열사들을 두루 거친 그는 2016년 SK의 미래를 책임지는 조직인 에너지신산업 초대 추진단장으로 선임되며 최 회장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최근엔 최 회장이 내건 ‘글로벌 1위 수소 사업자’ 목표를 이행할 인물로 주목받는다.

서진우 부회장은 최 회장과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1989년 SK에 입사해 SK텔레콤 사장 등을 역임하며 인터넷 신사업 성장에 기여했다. 2017년부터 인재육성위원장을 맡아 그룹 차원의 인재 발굴·양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는 과거 SK차이나 정보통신·신사업(G&I) 사내독립기업(CIC) 사장 등 중국 내에서 쌓은 사업 경험을 인정받아 중국 담당 부회장으로 전격 발령됐다. 중국은 반도체와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SK의 핵심 사업 거점 지역이다.

최창원 부회장은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자의 3남으로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1994년 선경인더스트리(현 SK케미칼) 과장으로 입사해 28년째 SK맨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생산·유통 등 전 단계 라인업을 갖춘 유일한 한국 기업인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를 키운 사람이 바로 최 부회장이다. 그는 2006년 대규모 백신 투자 계획을 세우고 2008년 약 5000억 원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국내 백신 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15년 전부터 바이오사업의 청사진을 그려온 셈이다.

최재원 부회장은 최 회장의 친동생이다. 공학도 경력을 살려 그룹의 배터리 사업 초기부터 깊이 관여해 왔다. 최 회장에게 배터리 관련 공격적인 투자를 권유한 이도 최 부회장이다. 지난 2013년 횡령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후 모든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달 취업제한이 풀렸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을 배터리 계열사로 복귀시키는 인사를 통해 그룹 핵심인 배터리 사업에 한층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효과적으로 천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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