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왼쪽) 한화그룹 회장과 그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의 한화그룹 내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김동관·김동원·김동선)이 지배하던 에이치솔루션을 흡수합병하며 3세 경영 승계의 핵심 회사로 떠오른 한화에너지는 최근 지주사인 ㈜한화의 지분을 잇달아 매입했다.

2일 현재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9.70%이다. 김승연 회장(22.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김동관 사장은 4.44%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 사장이 지분 절반을 보유하고 있다. 재계는 한화에너지가 향후 ㈜한화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이며 김 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확대할 것으로 본다.

지난달 김 사장의 ‘태양광 멘토’로 불리는 김희철 한화임팩트 대표이사가 한화에너지 대표를 겸직하게 된 것도 그룹 차원의 3세 승계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김 대표가 한화임팩트의 신사업 투자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이 자금을 한화에너지가 ㈜한화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김 사장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한화임팩트는 미국의 PSM과 네덜란드 토마센에너지를 인수해 LNG 가스터빈을 수소가스터빈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확보, 수소경제를 활성화할 방안을 찾는 중이다.

김 사장이 그룹 내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사업을 주도하며 승계 작업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3월 출범한 그룹 우주 사업 총괄 조직인 스페이스허브 팀장을 맡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인공위성서비스전문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30% 인수를 주도하며 우주로 가는 지름길을 찾고 있다. 우주 사업은 수소사업과 함께 김 회장이 지목한 그룹 핵심 미래 먹거리다.

김 사장은 김 회장 대신 대외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열린 ‘2021 P4G 서울 정상회의’ 에너지세션에서 기조 연설을 맡았고, 지난 9월 국내 10개 그룹이 참여한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에도 참석했다.

두 행사 모두 재계의 화두인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기술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사장이 김 회장 대신 한화를 대표하는 얼굴로 나선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인사와 지분 확보에 따른 한화 지배구조 변화를 보면 경영 승계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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