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5대 그룹이 만사(萬事)를 위한 인사(人事) 새판짜기에 나섰다. 총수를 보좌할 임원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26일 구광모 LG 회장은 변화에 중점을 둔 인사를 단행하며 미래를 준비했다. 최대 화두였던 ‘포스트 권영수’에 권봉석 LG전자 CEO를 낙점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LG전자에는 해외 사업에 밝은 조주완 CSO를 CEO로 승진 발탁하며 글로벌 시장 확장에 속도를 냈다.

또 성과를 바탕으로 한 파격적인 승진을 통해 임직원에 동기를 부여했다. 지난해 외부에서 영입된 장진혁 상무는 급변하는 유통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한 성과로 1년 만에 전무로 진급했다. 1980년생인 신정은 책임연구원은 데이터 기반 이종산업 융합서비스 발굴 역량을 인정해 상무로 승진됐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대대적으로 인적 쇄신을 시도했다. 특히 각 분야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를 적극 수혈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상현 전 DFI 리테일 그룹 대표이사를 유통군 총괄대표로, 안세진 전 놀부 대표이사를 호텔군의 총괄대표로 선임하며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눈에 띄는 기조는 성과주의다. 코로나19 국면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는 화학BU장 김교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회장은 화학군 총괄대표를 맡는다. 또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롯데지주 이동우 사장도 신성장 동력 발굴 성과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진급했다.

조직의 다양성도 강화됐다. 우순형 롯데백화점 상무 등 총 6명의 신규 여성임원이 배출됐다. 마크 피터스(Mark Peters) LC USA 총괄공장장도 신규임원으로 선임됐다.

나머지 그룹 총수들의 인사 고민은 막바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뉴삼성’ 비전을 인사에 담아 낼 것으로 재계는 관측한다. 특히 계열사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컨트롤타워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재림이 이뤄진다면 조직개편의 폭이 한결 커질 수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이 최근 미국 출장길에서 20조원에 달하는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지를 확정하면서 시스템반도체 사업 추진을 본격화해야 되는 상황인 데다, 폴더블폰 대중화와 가전제품 디자인 혁신에 큰 역할을 한 김기남(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단 체제를 교체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인사 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 말 CEO에 오른 장재훈 현대자동차 대표, 조성환 현대모비스 대표 등에 대한 정 회장의 신뢰가 굳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 4월 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 지정으로 본격적인 ‘정의선 시대’가 개막한 만큼 ‘젊은 피’ 위주의 과감한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특히 정 회장이 공을 들이는 ‘로보틱스·도심항공모빌리티·자율주행·수소’ 부문에서 임원 발탁이 집중될 수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취업제한이 풀린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복귀시킬 수 있을지 재계의 관심이 크다. 이러한 시선은 최 회장이 올해 강화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흐름과 관련이 있다.

횡령 혐의로 징역을 선고 받았던 최 부회장이 이사회 검증에서 다수의 반대표를 받을 경우, 최 회장이 인사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이 그간 그룹에서 배터리 사업을 주도해온 사업 역량을 부각시켜 복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신설할 것으로 알려진 북미 총괄 임원 자리에 누가 오를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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