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롯데쇼핑 사상 첫 외부 출신
P&G 아세안 맡아 영업익 두배 성장
홈플러스 취임 첫 해 적자를 흑자로
  • 김상현 롯데 유통군 총괄대표. 사진=롯데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위기에 빠진 롯데쇼핑이 구원투수로 ‘비(非) 롯데맨’인 김상현 전 홈플러스 대표를 수장으로 맞았다. 30년 간 ‘P&G맨’으로 일했던 김상현 유통 총괄대표가 부진을 겪고 있는 롯데쇼핑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유통업계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고 김 전 홈플러스 대표를 신임 유통군 총괄대표로 선임했다.

김 대표는 1986년 미국 P&G의 평사원으로 시작해 아시아태평지역 총괄 사장, 미국 본사 신규사업담당 부사장을 지내는 등 P&G에서만 30년을 일했다. 이후 홈플러스 부회장, DFI 리테일그룹의 동남아시아 유통 총괄대표, H&B 총괄대표 등을 맡았다.

롯데쇼핑 수장인 강희태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1976년 롯데쇼핑이 출범한 이래 롯데그룹의 유통 부문을 총괄하는 수장에 외부 인사가 임명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쇼핑의 상황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롯데쇼핑의 실적을 보고는 크게 실망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진다.

롯데쇼핑의 3분기 누적(1~9월) 매출은 11조7892억원으로 전년 동기간보다 3.6%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3억원으로 40.3%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채널인 롯데온도 여전히 존재감이 없었다.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 누적 매출은 3분기까지 800억원에 그쳤으며, 영업적자는 1070억원에 달했다.

특히, ‘유통 맞수’인 신세계그룹의 호실적이 롯데쇼핑에는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마트는 지난 3분기에 6조원이 넘는 매출을 거둬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신세계백화점도 3분기 매출이 509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늘어나며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온라인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도 롯데온에 크게 앞섰다.

이런 이유로 롯데 정기인사 전부터 유통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롯데가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를 선임한 배경에는 그의 이전 이력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는 이전에도 상황을 반전시킨 사례가 있다.

김 대표는 2008년 P&G의 아세안 사업 부문을 맡아 4년 만에 매출을 두 배로 성장시켰다. 당시만 해도 P&G의 아세안 사업 부문은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김 대표가 아세안 사업 부문을 맡으면서 P&G의 아세안 사업 부문은 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역대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고, 미얀마·방글라데시 등 신규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2016년에는 MBK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홈플러스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성장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홈플러스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영업이익이 줄면서 역성장을 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홈플러스에 오자마자 물건 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매대를 치우는 이른바 ‘뺄셈경영’ 전략을 펼쳤다. 그 결과 김 대표는 2500억원 적자를 보던 홈플러스를 취임 한 해 만에 3100억원 흑자로 돌려놨다.

김 대표는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 유통부문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맨’ 출신이 아니다보니 백화점 출신이 장악해왔던 롯데쇼핑 조직까지 강도 높은 개편이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그는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온의 존재감을 키우는데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별명은 ‘마케팅의 귀재’다. 그는 2008년까지 한국P&G 대표를 맡으면서 SK-II, 페브리즈 등의 P&G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고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냈다.

또, 한국P&G가 P&G의 온라인유통과 디지털마케팅을 주도하는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온은 지난 8월 조직개편 이후 이커머스 시장 내 점유율을 늘리는 외형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 체제에서 롯데온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김 대표에 대해 “국내외에서 쌓은 전문성과 이커머스 경험을 바탕으로 롯데의 유통사업에 혁신과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기자소개 최성수 기자 다른기사보기
데일리한국 뉴스스탠드
본 기사의 저작권은 한국미디어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입력시간 : 2021/11/26 06:30:08 수정시간 : 2021/11/26 06:3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