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점심 시간 장애 발생해 장사 차질 빚어

유통업체, KT 아현지사 화재 후 백업 시스템 구축

[데일리한국 천소진 기자] 'KT 먹통 사태'로 시민들과 영업장이 불편을 겪은 가운데, 일부 소상공인들이 장사를 망친 것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공동 대응을 검토 중이다. 반면 스타벅스프랜차이즈들과 백화점들은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20분쯤부터 약 40여 분 동안 전국 KT 유·무선 인터넷망에 장애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KT 측은 "초기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 공격'으로 추정했으나, 확인 결과 '라우팅 오류'를 원인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KT망을 이용하는 일부 영업장들은 통신 장애를 겪는 등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이들은 가게 포스기와 카드기가 먹통 돼 점심 장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망연자실했다.

한 업주는 "가장 손님이 많은 점심시간에 먹통이 돼서 당황스러웠다"며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는데, 기계가 작동을 안 해서 결제에 난항을 겪었다. 요즘 누가 현금으로 계산을 하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또 다른 업주도 "현금도 없고 계좌이체도 안 된다는 손님들 연락처만 받아 두고 보냈다"며 속상해했다.

KT를 이용하는 배달 라이더들도 콜을 받지 못해 피해를 봤다. 한 라이더는 "가장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점심에 콜을 못 받아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곳곳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소상공인연합회는 "(공동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소공연은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로 서울 한강 이북 서부 지역에서 KT 유선전화, 인터넷, 휴대전화 등이 최대 몇 주 동안 불통했을 당시 'KT 통신구 화재에 따른 상생 보상협의체'를 구성해 피해 범위에 따라 40~120만원을 책정해 보상을 받았다.

소공연 측은 "현재 공동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이번 일과 관련한 고충을 직접 호소해 오는 소상공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KT 인터넷망이 전국적으로 1시간 넘게 장애를 일으키면서 전남 구례군 마산면 한 식당 입구에 '전산망 오류로 인해 카드 결제 불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대형 프랜차이즈는 결제 오류 등의 피해가 거의 없었다. KT 아현지사 화재 사고 이후 백업 시스템을 구축해 놓은 것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결제에 주로 KT망을 사용하지만, 마비되거나 지연이 길어지면 SKT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LG 유플러스로 전환되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이 때문에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결제 오류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스타벅스 측은 "KT그룹 자회사로 모바일 쿠폰 '기프티쇼'를 발행 중인 케이티알파 서버 경유에 대한 어려움으로 일부 모바일 쿠폰 사용은 일시적으로 사용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는 인터넷 결제선 외 전화선을 활용했다. KT망 대신 기존 구축해 놓은 전화선을 통해 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 등을 운영 중인 SPC그룹도 큰 피해는 없었다. SPC그룹 관계자는 "KT 인터넷을 이용하는 매장은 별도의 예비 카드단말기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도 자체망을 구축하거나 별도의 긴급 망을 구축한 덕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롯데백화점은 통신사 망이 아닌 전용 회선을 구축해 놓은 상태며,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통신 장애 발생 시 다른 망을 사용하는 긴급 회선망을 마련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KT가 어떤 피해 보상 방침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KT 이용약관에 따르면 회사는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인터넷(IP)TV 등의 서비스 가입 고객이 본인의 책임 없이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3시간을 넘지 않아 보상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오류 현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피해 규모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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