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악화 속 배당 늘려...상속세 재원 마련?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 사진=경동제약 제공
[데일리한국 지용준 기자] 경동제약이 지난해와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실적이 악화됐음에도 고배당 기조를 이어갔다. 표면적으로는 주주친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오너 2세인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 등 오너 일가가 배당의 절반 가량을 가지고 간다는 점에서 증여세 마련을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경동제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주당 100원을 중간배당했다. 지난해 6년만에 중간배당을 꺼내든 후 2년 연속이다.

경동제약의 배당 규모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2018년 71억원, 2019년 95억원, 2020년 134억원 등으로 3년 사이 두배 가까이 뛰었다.

배당금액은 대형 제약사에 비해 높지 않다. 하지만 배당률만 보면 고배당 기업에 속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사들의 평균 시가배당률은 1.559% 수준이다. 반면 경동제약은 2019년 5.1%, 지난해 4.3%의 시가배당률을 기록했다.

배당률 상승과 달리 실적은 악화일로다. 경동제약은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은 17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91억원으로 28.4% 줄었다.

올해 상반기도 실적 하락이 이어졌다. 상반기 기준 경동제약의 매출은 813억원, 영업이익 74억원, 당기순이익 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각각 1.8%, 22.2%, 43.8%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동제약이 올해도 배당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당 확대로 인한 최대 수혜자가 류기성 경동제약 대표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기준 류 대표의 지분은 17.51%(538만7508주)에 이른다. 류 대표 외 특수관계자 지분율까지 더할 경우 44.27%까지 확대된다. 경동제약의 배당을 오너 일가가 절반 가량 가져가는 셈이다.

업계는 오너일가가 배당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증여세 재원 및 주식담보대출 이자 납부로 활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류 대표는 2019년 부친인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으로부터 지분 7.16%(당시 약 160억원 규모)를 물려받아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그러면서 발생한 증여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합해져 1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류 대표가 자기 주식을 담보로 콜 옵션 행사를 해 추가 지분까지 확보하면서 이에 대한 이자 부담도 늘어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부진한 실적을 감안할 때 류 대표의 고배당 정책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류 대표가 올해 단독대표 체제로 들어선 만큼 실적 개선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배당 정책은 주주친화 정책으로 보면 옳은 방향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지분이 소액주주가 아닌 오너 일가가 대부분 차지한다면 주주친화 정책이 아닌 오너가 배불리기로도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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