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 등 합병

중국·베트남·인도서 해외진출 속도

탄탄한 밸류체인 통한 시너지 기대

AK타워 전경. 사진=애경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애경그룹의 화학계열사인 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이 오는 11월 합병한다. 애경그룹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룹 내 화학 3사를 합병하고, 오는 11월 '애경케미칼(가칭)'로 출범한다.

애경그룹 화학 3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화학사업의 인프라와 노하우 등을 집중시켜 중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생산시설을 확대한다. 또 투자 확대를 통해 통합법인을 ‘글로벌 리딩 케미칼 컴퍼니(Global Leading Chemical Company)’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매출액 4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하고, ESG경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합병을 통해 애경유화의 기초 화학소재 개발 및 생산 역량과 중국 현지 인프라, AK켐텍의 친환경, 저자극 고부가가치소재 생산 역량과 베트남, 인도 등 글로벌 영업망, 애경화학의 고부가가치 제품군 및 다품종 소량 생산역량 등 3사의 역량과 자원을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1조7000억 화학기업 탄생

애경유화·AK켐텍·애경화학 등 3사가 합병하면 올해 연매출은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유화는 1970년 창립한 애경그룹의 대표 화학 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다. 지난해 기준 자산 5321억원에 매출 9089억원, 영업이익 574억원을 기록했다.

애경유화의 주요 생산 품목은 무수프탈산(PA), 가소제(DOP, DINP 등), 폴리올, 바이오디젤 및 바이오중유, 음극재 등이다. 전체 매출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무수프탈산과 가소제는 공급 능력 기준 국내 1위, 세계 4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수프탈산은 불포화 폴리에스테르 수지와 가소제의 주원료이고, 가소제는 PVC 가공의 필수 첨가제로 PVC에 유연성을 더하는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AK켐텍은 1982년 설립된 애경쉘을 전신으로 2009년 애경정밀화학이 애경피앤씨, 애경소재를 흡수 합병한 회사다. 지난해 기준 자산 3114억원에 매출 2349억원, 영업이익 228억원을 기록했다.

AK켐텍의 생산 품목은 계면활성제, 콘크리트용 첨가제(PCE), 무기소재 등이다. 이중 주력 품목은 음이온 계면활성제로 주로 세탁세제, 주방세제, 샴푸 등의 원료로 쓰이며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라텍스(위생장갑 등)에 들어가는 유화제 생산량이 늘어남에 따라 유화제의 원료가 되는 음이온 계면활성제 매출도 상승 중이다. 기존 세척제 위주의 시장에서 고부가 시장인 유화제 위주의 시장에 진입하면서 수익을 늘려가고 있다.

또한 지난 4월에는 정부지원사업인 월드클래스 플러스 사업 기업으로 선정됨에 따라 친환경 음이온 계면활성제도 개발하고 있다.

애경화학은 경화제, 코팅레진, 불포화 폴리에스터 수지(UPR), 점접착제 등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은 1956억원, 영업이익은 162억원이다.

주력 제품은 액상 도료 등을 단단하게 굳히는 기능을 하는 경화제(폴리이소시아네이트)다. 애경화학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으며, 국내 점유율 1위로 애경화학 매출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애경그룹 화학 3사 로고. 사진=애경그룹 제공
◇해외시장 공략 박차

애경그룹은 화학 3사 합병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중국 닝보에 위치한 애경영파화공유한공사에서는 가소제와 폴리올을 생산하고 있다. 설비 증설을 통해 2023년부터 그동안 국내에서만 생산해온 무수프탈산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한다.

가소제와 폴리올의 원료가 되는 무수프탈산을 중국에서 직접 생산하게 됨에 따라 원가 경쟁력이 강화돼 연간 60억원선의 절약 효과 및 7만톤 규모의 무수프탈산 생산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또한 AK켐텍의 해외법인인 베트남 호찌민 공장은 최근 증축을 완료하고, 현지에서 생산하는 계면활성제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까지 확대해 판매할 계획이다.

합병 후에는 베트남 호찌민 공장에 가소제 및 UPR 등 주요 품목 생산 설비 증설을 검토 중이다. UPR은 주로 선박제조 및 욕조, 인조대리석 등 건축용 소재와 하수관 등 건설, 산업자재로 사용되는 제품이다.

이를 통해 애경케미칼은 베트남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종합화학기업의 노하우를 해외로 전파할 계획이다.

AK켐텍의 자회사인 애경특수도료가 100% 출자한 베트남 하노이 법인은 2010년도 설립 이후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휴대폰용 고기능성 도료를 베트남 삼성전자의 주요 벤더사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폰용 도료 외에 PCM도료, 불소도료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8년 9월 설립된 애경특수도료의 인도법인은 지난해 10월 생산공장을 준공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주료 휴대폰용 고기능성 도료를 인도 삼성전자의 주요 벤더사에 공급하고 있다.

애경화학은 2019년 일본 DIC와의 합작관계를 종료함에 따라 적극적인 의사결정으로 베트남 시장에서의 매출이 성장했다. 이제는 일본 수출도 할 수 있게 된 만큼 합병 후 일본시장 등의 해외 매출 신장을 기대된다.

◇미국, 유럽 등 신규 시장 진출

신규 시장 진출 전망도 밝다. 애경유화의 바이오디젤은 지난 7월부터 바이오디젤 의무함유량이 3.0%에서 3.5%로 상향 조정됨에 따라 매출이 상승하고 있다. 관련 정책이 2030년까지 5.0%로 단계적으로 상향될 계획이라 꾸준한 성장이 기대된다.

애경유화의 자회사인 AK&MN바이오팜은 오메가3가 고지혈증 치료제로 FDA의 승인을 얻고, 현재 매출 성장세를 기록중이다.

AK켐텍의 주력 제품인 음이온 계면활성제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위생관념이 고조되며 실적이 개선되는 중이며, 그중 위생장갑 등을 만드는 공업용 유화제 매출이 30% 가까이 성장했다.

미국 및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수출도 확대하는 중이다. 현재 애경유화는 방탄방검복 및 광섬유 케이블 피복 소재인 아라미드 섬유의 원료(TCL(TPC))와 소방복 등 열과 전기 차단이 필요한 보호복을 만드는 소재의 원료(ICL(IPC)) 제조 관련해파일럿플랜트 단계를 거쳐 데모플랜트 단계 중에 있다.

생산 가능성 검토 후 내년 상반기 중 생산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현재 국내에서는 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 그리고 도레이케미칼이 생산 및 판매 중이다.

또한 애경화학은 그동안의 UPR 연구 개발 실적을 토대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용 수지와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어 차량 경량화 사업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합병 이후 시너지는?

애경그룹은 화학 3사 모두 1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애경유화의 무수프탈산(PA)과 가소제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점유율 1위, 세계 4위의 대표 생산 품목으로 합병법인 애경케미칼의 대표 제품이자 밸류체인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 후 애경유화의 무수프탈산으로부터 현재 애경화학에서 생산하는 UPR 및 애경특수도료의 주 원료 수지(Resin)까지 수직계열화도 가능해져 규모의 경제로 가능성도 높아졌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AK켐텍의 음이온 계면활성제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자 상품”이며 “애경화학이 생산하고 있는 UPR 및 코팅레진, 경화제 등은 실적 변동성이 적은 제품군으로 합병 후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SG경영 실천으로 기업가치 제고에도 박차를 가한다.

통합을 앞두고 애경유화, 애경화학, AK켐텍은 지난 3월 그룹 내 안전환경보건(EHS) 협의체를 구축했다.

EHS 협의체는 상호 존중 원칙 아래 매 분기 미팅에서 각사 우수 사례와 아차 사고(near miss) 사례를 공유하고 EHS 법령·동향을 모니터링하는 등 안전한 사업장 만들기와 상호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합병 후 EHS 경영 강화를 위해 EHS협의체를 주축으로 사내 EHS 수준을 향상시키고 EHS 전문가 집단을 육성 및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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