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생산 공장들까지 가동을 멈추며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컨설팅 업체 앨릭스파트너스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전세계 자동차 업계가 2100억 달러(약 248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앨릭스 파트너스는 지난 5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손실액을 1100억 달러(약 127조2150억원)로 예측했지만, 이날 두 배가량 전망치를 상향했다. 매출 타격과 함께 생산량 감소 추정치도 지난 5월 390만대에서 770만대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실제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올해에만 9차례 가동이 중단됐다. 아산공장은 이달에만 조업 중단일수가 5일에 달했다. 현대차 울산 4공장도 지난주 5일간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는 추석연휴와 주말까지 공장가동을 멈춘 후 오는 27일부터 생산을 재개할 예정이다.

반도체 공급난은 현대차 판매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월 대비 6.5% 감소한 5만1034대를 판매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14.7% 감소한 수준이다. 이달에는 반도체 공급난으로 인한 공장가동 중단과 추석연휴까지 겹치며 판매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업계에선 지난 4~5월 반도체 보릿고개를 넘으면 올해 3분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공급난 장기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반도체 업체가 집중된 말레이시아에서 공장들이 잇따라 휴업에 들어가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가중됐다. 최근 현대차의 말레이시아 기반 반도체 공급업체인 '유니셈'도 확진자 발생으로 공장이 멈춰서기도 했다.

현대차는 주 단위로 재고 파악을 해 차종간 부품을 공유하고 생산 조정 등을 통해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선 근본적으로 반도체 공급난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를 전략물자로 보고 국산화에 서둘러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생산공정의 기술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3% 정도만 자급자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일반적으로 생산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삼성이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와 다른 종류의 반도체다. 그동안 국내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은 이유는 수익률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국내 반도체 수탁생산 업계와 함께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를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면서 “이 반도체가 수익률이 떨어지지만 자동차 산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국산화를 최소한 10%까지는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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