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회장님은 추석 연휴에도 마음의 여유가 없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기라는 점에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외 출장이 잦은 총수다. 명절에도 예외는 없다. 2014년 설 연휴에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후 매년 명절 때마다 해외 현장을 찾아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국내에 머문다. 해외 출국할 때마다 일일이 법무부에 사전 신고를 하고 승인받아야 하는 신분이다. 지난달 13일 가석방된 직후 제기된 취업제한 논란에 휩싸여 경영 행보 자체가 매끄럽지 않다.

그러나 삼성의 당면한 경영 현안이 산적한 만큼, 오히려 추석 이후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공개한 240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챙기고, 글로벌 인수합병(M&A) 계획을 점검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후보지 선정은 임박했다. 지난 4월부터 장기간 진행 중인 모바일 무선사업부의 경영진단 이후 사업·인력 재편 방향 설정도 중요한 과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반도체 수급상황에 온통 신경이 쏠려 있다. 최근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심각해지면서 현대차 공장이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국내외 생산·판매 상황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2040년 수소에너지 대중화 원년’, ‘2025년 전기차 100만대 세계 시장 판매’ 등 친환경 전략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SNS 연관어에 수소가 등장할 정도로 자동차 못지않은 ‘수소 전도사’다.

그는 지난 7월 미국을 방문해 “수소는 사업의 난이도도 있고, 단기간 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측면도 있지만 전 지구적 기후변화 해법을 찾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또한 로보택시,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 사업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2490억 원을 투자해 미국의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20%를 확보한 상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다음달 그룹 CEO 세미나를 앞두고 있어 어떤 경영 화두를 던질지 고민을 거듭할 전망이다. CEO 세미나는 그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 해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주요 계열사 CEO들이 모두 모인다.

이 자리에선 정부의 핵심 과제이기도 한 탄소중립 실현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최 회장은 지난 6월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탄소중립은 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SBS ‘대한민국 아이디어리그’에 출연하면서 국가발전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 만큼, 참가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자신이 맡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극대화할 방안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신사업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경영 전략 전반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도전 정신을 강조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스타트업 투자를 통한 신사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어 이목을 끈다. 이른바 ‘벤처 정신’이다.

구 회장은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 개방형 연구공간 ‘오픈랩’을 조성해 스타트업에 각종 첨단 연구시설을 활용하도록 하고, 협업도 지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는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미 계열사 곳곳에 벤처 정신이 번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사내벤처 ‘파라솔’은 최근 자사 홈페이지에 투명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개 플랫폼을 구축하고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LG CNS도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아이디어 몬스터’를 통해 구성원들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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