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13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에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하고 있다.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그룹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전기·수소차와 로보틱스 등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3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열린 국회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 참석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등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하고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는 목적은 결국 우리들과 우리 후손을 포함, 모든 인류의 편안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정 회장의 발표 이전에도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자동차 제작에서 탈피해 전기차,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지속 밝혀왔다. 실제 기아는 기존 사명 ‘기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뗀 ‘기아’로 사명을 변경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전시관 중앙에 친환경 수소 생성부터 저장, 운반, 사용까지 수소의 전체 가치사슬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수소사회 조형물(Hydrogen Society Centerpiece)을 설치했다.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역시 탄소중립을 실현할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 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IAA 모빌리티 2021(IAA Mobility 2021)’ 보도발표회에서 2045년까지 자동차 생산부터 운행, 폐기까지 전 단계에 걸쳐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순배출이란 전체 배출량에서 제거 또는 흡수된 양을 차감한 실질적인 배출량을 뜻한다.

현대차의 ‘2045년 탄소중립’ 구상의 핵심은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 △차세대 이동 플랫폼(Next-generation Platform) △그린 에너지(Green Energy)를 축으로 한 ‘기후변화 통합 솔루션’이다.

전동화 역량의 지속적인 확대는 물론 에너지 전환 및 혁신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미래 세대이자 탄소중립의 시대를 살아갈 첫 번째 세대인 ‘제너레이션 원(Generation One)’을 위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앞당긴다는 것이 현대차의 복안이다.

현대차는 2040년까지 차량 운행, 공급망(협력사), 사업장(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75%까지 줄이고, 이와 더불어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 등을 도입해 2045년까지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화한다는 방침이다.

트레일러 드론.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수소경제 실현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일 현대차그룹은 ‘하이드로젠 웨이브(Hydrogen Wave)’ 글로벌 온라인 행사를 열고 수소사업의 명확한 비전과 세계 최고 수준의 새로운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모빌리티의 실체를 대거 공개하며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기조 발표자로 나서 “현대차그룹이 꿈꾸는 미래 수소사회 비전은 수소에너지를 ‘누구나, 모든 것에, 어디에나(Everyone, Everything, Everywhere)’ 쓰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수소사회를 2040년까지 달성하려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실현을 앞당길 수 있도록 앞으로 내놓을 모든 상용 신모델을 수소전기차 또는 전기차로만 출시하고,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자동차 이외에 모빌리티, 에너지 솔루션 분야에도 적용시킨다는 전략이다. 트램, 기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이동수단뿐 아니라 주택, 빌딩, 공장, 발전소 등 일상과 산업 전반에 연료전지를 적용해 전 세계적인 수소사회 실현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미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으며,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 등을 통해 글로벌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 나아가 현대차그룹은 수소 생태계 확대를 위해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의 모빌리티에도 연료전지시스템이 탑재될 수 있도록 시스템과 기술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같은 현대차의 수소관련 첨단 기술들은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수소모빌리티+쇼'에서 실물로 대거 공개됐다. 전시회에선 △무인 운송 시스템 콘셉트 모빌리티인 ‘트레일러 드론’ △2023년 내놓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의 시제품인 100kW급과 200kW급 ‘연료전지시스템’,△고성능 수소연료전지차 ‘비전 FK’ 등이 전시, 관람객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좌로부터)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CEO와 애론 사운더스 보스턴다이내믹스 CTO가 스팟을 시연하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지난 10일에는 현대차그룹의 새로운 계열사로 합류한 미국 로봇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국내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선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관련 전략을 공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2년 하반기 상용화를 앞둔 물류로봇 '스트레치(Stretch)'와 생산시설 등의 이동식 점검 및 경계 보안을 담당할 사족보행 로봇 ‘스팟’을 시연·공개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에 합류한 후 “많은 영역에서 공동연구를 진행, 로봇 사업 전반에 걸친 성장과 규모 확장을 이뤘다”며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정의선 회장도 '모빌리티 포럼' 3차 세미나에 참석해 “로보틱스는 기술 자체가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앞으로 안전성 등에 중점을 두고 기술을 차근차근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개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기술 역량을 축적해 왔다. 최근에는 세계 최고 로봇 기술력을 보유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보틱스를 미래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이밖에도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31일 모셔널과 함께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 5를 기반으로 개발한 로보택시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모셔널의 첫 상업용 완전 무인 자율주행 차량으로서, 2023년 미국에서 승객을 원하는 지점까지 이동시켜주는 라이드 헤일링(ride-hailing) 서비스에 투입 될 예정이다.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 4 수준으로 개발 중인 이번 모델은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이 수년에 걸쳐 협력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주행 테스트를 통해 탄생했다. 레벨 4는 차량의 자동화된 시스템이 상황을 인지 및 판단해 운전하고, 비상 시에도 운전자 개입 없이 차량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는 CES 2020에서 미래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비전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한편,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비전은 이미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공개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미래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했다. 청사진에는 인간 중심의 모빌리티 라이프의 미래 도시를 구현할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PBV(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 등 3가지 솔루션이 제시됐다.

정의선 회장(당시 수석부회장)은 “UAM과 PBV, Hub의 긴밀한 연결을 통해 끊김 없는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게 된다”면서 “이들 모빌리티 솔루션은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고 '인류를 위한 진보'를 이어 나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이동 시간의 혁신적 단축으로 도시 간 경계를 허물고, 의미 있는 시간 활용으로 사람이 좀 더 효율적으로 목표를 이루며, 사람들이 함께 모일 수 있는 역동적인 인간 중심의 미래 도시 구현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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