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신세계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유통 시장 장악을 위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수·합병(M&A) 행보가 재계의 이목을 끈다. 공격적인 M&A를 진두지휘하며 그룹을 ‘유통의 신세계’로 만드는 데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올 상반기 신세계 품에 안긴 기업들은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야망을 상징한다.

29일 유통업계와 신세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최근 7개월 동안 M&A로 쓴 비용만 총 5조4300억 원이 넘는다.

야구단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를 출범시키는 데 1353억 원을 썼고, 패션몰 W컨셉은 2650억 원에 사들였다. 또 신세계 창립 이래 최대인 3조4404억 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 지분 80%를 인수했고, 미국 스타벅스 본사로부터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 17.5%를 4742억 원에 인수해 기존 지분 50%에 더해 한국 스타벅스 최대주주도 됐다. 아울러 화성 테마파크 부지는 8669억 원에 사들였고, 네이버와는 25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인수한 기업 모두 현 시장 점유율이 높다는 점에서 정 부회장의 M&A 전략은 ‘미래’에 방점이 찍힌다. SK와이번스는 4번의 KBO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강호 구단이고, W컨셉은 국내 2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업체다. 이베이코리아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3위 기업이다.

신세계발 ‘유통 르네상스’를 꿈꾸는 정 부회장을 지켜보는 업계의 시선은 긍정적이다. 이미 새로운 시장에 도전해 성과를 낸 ‘성공 DNA’가 신세계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쇼핑 테마파크 ‘스타필드’, 코스트코를 겨냥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미친 가성비 브랜드로 자리 잡은 ‘노브랜드’가 재계 인플루언서의 대표 주자인 정 부회장의 또 다른 성공을 예상케 한다.

정 부회장의 올 상반기 M&A 행보에는 ‘유통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존 커머스, 스포츠, 테마파크 분야에 사고(이베이코리아), 보고(SSG 랜더스), 입고(W컨셉), 마시는(스타벅스) 활동을 강화함으로써 협업의 역동성을 높인 것이다.

향후 SSG 랜더스 홈구장에 스타벅스와 노브랜드 버거 매장을 열고, SSG닷컴에서 스타벅스 한정판 굿즈를 파는 등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연계 마케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탄 마련은 숙제다. 정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얼마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것인가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며 여유를 보였지만, 당장의 동시다발적 투자는 재무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2031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화성국제테마파크 사업만 하더라도 용지 매입 비용의 5배가 넘는 4조 원 가량이 추가 투자 비용으로 예상된다.

최근 신세계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은 ‘쓱’이다. 신세계 이커머스 통합 법인인 쓱닷컴(SSG.COM)에서 착안한 마케팅이다. 신세계의 ‘쓱’ 마케팅이 실패하더라도 정 부회장이 ‘씩’ 웃으며 전진할 수 있을지는 재무 관리에 달렸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재무 투자 확대는 회사의 재무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그룹 체질 개선에 필요한 투자 전략을 뒷받침할 자금 마련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신세계의 자금 마련은 주로 부동산 매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9년 11개 이마트 점포를 매각 후 임대하면서 약 1조원의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해 마곡부지, 지난 6월 가양점(이마트)까지 매각하며 약 2조5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마트 본사 건물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 부회장은 최근 일주일 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스타벅스, SSG 랜더스 관련 게시물을 잇달아 올리며 홍보 활동에 화력을 더했다. 홍보·마케팅 콘텐츠를 주로 게시하는 정 부회장은 68만5000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재계의 핵인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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