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가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찬성률 56.36%로 가결했다. 사진=현대차 노조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 가운데 맏형 격인 현대차가 3년 연속 무분규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마무리했다. 이달 초까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들어갈 것처럼 강경한 모습을 보이던 노조는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여파 등을 극복하기 위해 사측과 의견을 같이 했다.

반면 한국지엠과 기아, 르노삼성자동차는 임단협 교섭을 8월 중순 이후까지 이어 갈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다음주 여름휴가 기간 전 임단협 교섭을 마무리하려고 했던 한국지엠은 지난 27일 노조원 과반 이상이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며 결국 부결됐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울산공장 본관에서 임단협 합의안 조인식을 개최한다. 조인식은 코로나19 여파로 간소하게 주요 관계자만 참석,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현대차 노조는 4만853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찬성률 56.36%로 가결했다. 투표는 조합원 4만8534명 가운데 4만2745명(88.07%)이 참석했으며, 2만4091명(56.36%)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1만8315명(42.85%) 였으며, 5789명이 기권했다. 무효표는 339표가 나왔다.

앞서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월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급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 포인트 △코로나 상황 장기화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바 있다.

이번 현대차 노사가 3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에 합의한 것은 2009∼2011년에 이어 10년 만이다. 특히 이번 교섭은 지난 5월26일 임단협 상견례를 진행한 이후 63일 만에 마무리해, 교섭 기간도 예년보다 짧아졌다.

당초 현대차 노조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쟁의활동 준비에 들어가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5일 쟁의활동의 찬반 투표를 진행, 조합원 73.8%라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 등 쟁의활동 준비에 착수했다. 그러나 사측과 교섭을 다시 진행, 코로나19 여파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는 의견 일치를 이뤄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현대차 노조 측은 “국내 자동차 경쟁사들이 경영난에 허덕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가운데 강력한 총 파업을 벌일까도 생각했다”면서도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조합원이 파업을 통해 출혈을 감수할 만큼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 섰다”라고 밝혔다.

반면 현대차를 제외한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임단협 교섭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은 지난주 잠정합의안까지 도출하는데 성공했지만, 26~27일 양일간 진행된 조합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3441표(48.4%)에 그치며 결국 부결됐다.

한국지엠 노조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기본금 인상폭과 일시금 액수가 적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일부 노조원들은 찬반투표를 시행하기 전부터 잠정합의안 가결에 반대하며 투표 부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지엠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여름휴가 전 임단협을 마무리하려던 한국지엠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한국지엠은 다음 주 휴가가 예정된 만큼, 재교섭을 8월 중순부터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한국지엠 노사의 입장차가 큰 만큼 교섭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지엠 노사는 부분파업 등의 갈등 끝에 연말인 12월에 간신히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다.

기아 노조는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노조는 기본급 9만90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정년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현대차 노조가 처음 제시한 요구안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사측에선 별다른 제시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기아는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노조원들의 기대치가 높아진 상태다. 기아 노조는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한 후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당초 예정됐던 쟁의행위 찬반 투표는 오토랜드 광명(옛 기아차 소하리공장)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다음달 10일로 연기된 상태다. 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난 후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 쟁의행위 돌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지난해 임단협도 끝내지 못한 르노삼성차는 전날 임단협 11차 본교섭을 시작했다. 노사는 여름 휴가 전 타결을 목표로 집중 교섭에 들어갔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차 사측은 2020·2021년 임단협 통합 교섭, 기본급 동결 보상금 200만원과 생산성 격려금 1인당 평균 200만원 등 총 8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격려금 7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르노삼성차 노사가 1년 가까이 이어진 협상에 모두 지친 상태이며, 회사의 명운이 걸린 핵심 모델 XM3의 수출 물량 확보가 급한 상황이라 임단협 교섭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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