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최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청바지에 긴팔 셔츠를 입고 다리를 꼰 60대 남자, 두꺼운 패딩을 입고 등산 중인 듯한 50대 남자. 두 사람의 인스타그램 프로필 사진은 7월 한여름의 날씨와는 거리가 있다. 영락없이 ‘아재미’가 묻어난다. 하지만 SNS에 익숙한 MZ 세대들은 ‘태원이형’, ‘용진이형’이라고 부르며 이들의 인스타그램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누리꾼들에게 대기업 총수들의 SNS는 ‘맛집’으로 통한다. 뉴스로만 접하던 회장님들의 근엄하고 진지한 모습과는 다른 일상적인 모습을 대놓고 엿볼 수 있어서다. ‘재계 핵인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놀이터 삼아 종횡무진 활동 중인 인스타그램에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뛰어들었다. 각각 재계순위 11위와 3위 그룹을 이끄는 총수들이 열정적으로 게시물을 ‘업로드’ 중이다.

27일 정 부회장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반려견 4마리의 모습을 ‘단체사진’이라는 제목을 달아 올렸다. 전날에는 구단주로 활동 중인 SSG랜더스와 자체 브랜드 노브랜드의 티셔츠를 만들어봤다고 소개한 뒤 “반응 좋으면 팔겠다”며 홍보했다. 경쟁점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러 ‘인증샷’을 올리며 적진을 탐방하는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는 정 회장은 팔로워 68만4000명의 유명 인플루언서다.

반면 최 회장은 지난 6월 처음으로 인스타그램에 입성한 초보 인플루언서다. 4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개인 SNS 계정을 만든 최 회장은 소소한 일상을 공개하며 ‘인간 최태원’을 부각시키고 있다. 출근, 식사, 게임 등을 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올리며 인간적인 모습을 나타내는데 주력하는 최 회장의 팔로워 수는 4만3000명 수준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 부회장 인스타그램 캡처
‘맞팔’ 중인 정 부회장과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 활동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정 부회장은 유통그룹 경영자답게 홍보·마케팅 콘텐츠를 주로 게시한다. 그러다보니 여과 없는 ‘날 것’의 콘텐츠가 때론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오너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우럭과 가재 요리 사진을 올리며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희생자 관련 발언이 연상되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글을 적은 것이 대표적인 논란거리다.

정 부회장은 노브랜드의 브랜딩 스토리를 담은 책 ‘No Brand’를 통해 “비즈니스 목적으로만 업로드하면 식상하다”며 “진정한 소통을 위해 정직하게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의 게시물은 주로 누군가 자신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는 등 정제된 느낌이 강하다. 경제·산업 여론을 주도하는 국내 최대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다 보니 여론에 좀 더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이 엿보인다.

일상 속 소통이 대부분이다. 치실을 많이 썼더니 ‘아빠 재벌이야?’라고 물은 딸의 질문에 “아껴쓸게”라고 답한 일화를 전하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최 회장의 인스타그램 소통 행보는 지난 3월 대한상의 회장 취임 뒤 강화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12일 공개된 대한상의의 ‘국민 소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유튜브 동영상에서 개그맨 하준수씨가 그린 자신의 캐리커처를 보고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 9일에는 카카오 오디오플랫폼 ‘음’에 출연해 공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소통 프로젝트는 최 회장이 역점을 두는 사업”이라고 전했다.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일성도 ‘소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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