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의 한 제철소 제품 출하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40% 줄이는 데 이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우리나라가 목표를 더욱 앞당겨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유럽연합(EU)이 2026년부터 탄소 국경세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친환경 문제와 별도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EU가 탄소국경세를 매기겠다고 지목한 품목은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전기, 비료 등 5개 분야다. 이중 철강이 포함된 것은 유럽 수출 물량이 큰 우리나라로선 악재다. 철강업은 국내 산업계에서 탄소 배출 비중이 가장 큰 업종 중 하나다.

20일 국제과학자그룹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9번째로 많다. 그중 상당 부분을 철강업이 차지한다. 쇳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양의 석탄을 사용하는 제철소가 EU의 탄소국경세 직격탄을 맞는 셈이다. 국내 철강업계가 탄소 저감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는 EU 탄소국경세로 작년 수출액 기준 약 4000억 원을 추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EU 자체 생산이 크게 증가하고, 역외 교역국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가격경쟁력 약화로 대EU 수출이 11.7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한 철강기업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모두 탄소국경세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탄소 배출에 대해 행정적으로 입증해야 할 것이 많아지면서 EU 수출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 역시 “국내 철강 업계의 EU 수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불공정한 무역장벽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단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 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 알루미늄 등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장기적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산업의 탄소배출이 감소될 수 있도록 관련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강화에 힘써달라”며 정부 지원을 요청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탄소중립특별위원회 실행위원장은 “EU가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선언하는 등 빠른 재생에너지 확대만이 정답이라는 신호는 뚜렷하다”면서 “빠르게 산업과 에너지를 전환하는 국가가 무역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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