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 인수 성공한 신세계…반격 준비하는 롯데

투자 늘리는 쿠팡…기술로 무장한 네이버·카카오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범석 쿠팡Inc CEO 겸 이사회 의장. 사진=각사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이커머스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161조원 규모였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2025년에는 270조원이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쿠팡과 뒤쫓는 신세계와 롯데,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 등까지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치고 나가는 신세계·반격 준비하는 롯데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지난 24일 이베이 미국 본사로부터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지었다. 최종 인수는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마무리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을 3%에서 15%까지 높였다. 이로써 네이버에 이어 이커머스 2위 사업자로 뛰어오르게 됐다.

점유율 뿐 아니라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270만명에 이르는 충성고객수(스마일클럽)과 약 30만개 입점업체, 300여 명의 IT 전문 인력도 확보했다.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패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결정의 기준”이라고 경영진에게 강조하기도 했다.

신세계는 이커머스 ‘새판 짜기’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모든 고객과 만날 수 있는 온·오프라인 통합형 이커머스를 미래 좌표로 제시했다.

장보기부터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전반에 걸친 종합 플랫폼을 구축하고 통합매입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완성형 이커머스 모델’에 다가서겠다는 구상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마지막까지 승부를 벌인 롯데그룹은 초조해진 상황이다.

롯데의 이커머스(롯데온)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이다. 이번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신세계와는 격차가 단순 점유율로 보면 10%까지 벌어졌다.

신세계에 밀린 롯데는 반격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는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 등 이커머스 사업 강화에 대한 여러 전략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마케팅 인력을 늘리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플랫폼 자체적인 변화도 준비 중이다. 롯데쇼핑은 그로서리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으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준비하면서 대규모 실탄을 마련해놓은 만큼 롯데가 여러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버티컬 플랫폼 등 인수합병(M&A)에도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이베이코리아 홈페이지
◇“경쟁력만이 살길”…기존 이커머스사들 ‘분주’

지난해 쿠팡의 거래액은 22조원에 이른다. 2019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쿠팡은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경쟁력 있는 배송시스템으로 빠르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냈다.

쿠팡은 상장으로 수혈한 자금으로 다시한번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우선 서울을 제외한 전국 7개 지역에 풀필먼트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지난 3월 전라북도, 4월 경상남도, 5월 충청북도, 6월 부산에 물류센터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발표한 누적 투자금액만 1조200억원 이상이다.

물류 경쟁력 뿐 아니라 충성고객을 잡기 위한 ‘락인 전략’도 한창이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은 무료로 볼 수 있는 OTT서비스인 쿠팡플레이를 락인 전략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최근 들어 6월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경기, 남미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2021 코파아메리카’ 등을 중계하며 콘텐츠 강화에 나섰다. 첫 예능 오리지널 콘텐츠로 ‘SNL 코리아’도 준비 중이다.

쿠팡과 비슷한 시기에 뛰어든 티몬과 위메프도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티몬은 이달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 피키캐스트 창업자인 콘텐츠 전문가 장윤석 대표를 공동대표로 영입하고 피키캐스트 운영업체인 아트리즈도 인수했다.

이는 피키캐스트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티몬의 라이브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위메프도 지난 2월 하송 대표이사를 선임하면서 기업 쇄신에 나섰다. 이후 무료 VIP멤버십 서비스 등을 도입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진=네이버

◇유통사 진짜 경쟁상대는 네이버·카카오

기술과 자본을 모두 갖춘 IT 기업들도 만만치 않다. 네이버쇼핑의 온라인 점유율은 18%에 이른다.

네이버는 최근 들어 타 업종과의 합종연횡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물류업계 1위 CJ대한통운과 6000억원 규모의 주식 교환을 통해 물류 경쟁력 강화했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경기 곤지암에 이어 군포에 주문 예측 AI를 적용한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했다. 오는 8월에는 용인에 냉장, 냉동 등 신선식품 저온 물류 전용 풀필먼트 센터를 오픈한다.

이미 접근성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한 네이버가 물류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다.

신세계와 손을 잡고 유통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올해 신세계와 2500억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신기술 기반 신규 서비스 발굴, 중소셀러 성장 등 유통산업 전 분야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카카오도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분주하다. 카카오 거래액은 3조원 수준으로 아직 네이버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카카오는 오는 9월 1일 이커머스 전문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를 흡수 합병할 계획이다. 2018년 분사한 지 약 3년 만에 다시 합치는 것이다.

이번 합병은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측은 양사 합병을 발표할 당시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를 인수한 것도 이커머스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카카오는 다음 달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 합병을 앞두고 있다.

지그재그는 4000곳 이상의 온라인 쇼핑몰과 패션 브랜드를 모아 제공하는 서비스로, 올해 연 거래액 1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흑자를 내려면 결국 점유율 전쟁에서 승자가 돼야한다”면서 “기존 이커머스사들 뿐 아니라 IT기업,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까지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이커머스 시장은 생존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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