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춘성 LG상사 대표. 사진=LG상사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LG상사가 사명 변경을 앞두고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경영 트렌드인 친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환경오염 주범인 석탄의 사업 비중이 높은 LG상사로서는 탈바꿈하기 쉽지 않다. 석탄 사업은 32년 ‘석탄맨’으로 살아온 윤춘성 LG상사 대표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친환경과 석탄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LG상사의 현 주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G상사는 다음 달부터 LX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날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사명 변경 안건을 의결한 뒤, 내달 1일부터 새 간판을 쓰는 순이다. LG그룹 품에서 벗어나 LX그룹 계열사로서의 사업 활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것이다.

외관만 바꾸진 않는다. 친환경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혁신할 계획이다. 관련 경력 직원들도 뽑고 있다. △청정에너지 △자원순환·폐기물 △복합물류·부동산 리츠 분야에서 상시 충원 중이다. 이들 분야는 LG상사가 지난 3월 12년 만에 정관을 변경하며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선 신사업들이다.

친환경 사업 추진은 기업 경영의 새로운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대를 의미한다. 특히 환경(E) 분야는 이미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감축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생존 게임이다.

LG상사 역시 포트폴리오 수정·전환은 불가피하다. 국내 주요 종합상사 가운데 석탄 사업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환경 문제가 경영 이슈로 대두되는 상황에서 석탄 사업은 LG상사의 고민거리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의 ‘석탄 채굴·발전 기업 투자 제한’ 방침 영향도 있다.

LG상사는 석탄 대신 니켈 등 친환경 신사업을 키우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석탄 광산과 팜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략적 거점지역, 인도네시아에 대한 신규 투자를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는 석탄 광산뿐만 아니라 니켈 광산 소재지이기도 하다.

윤춘성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2차전지 원료와 친환경에너지 분야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윤 대표가 향후 공개적으로 탈석탄 선언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석탄은 윤 대표의 정체성과 연관된 사업이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1989년부터 LG상사에 몸 담아 석탄 사업을 꾸준히 키워왔다. 석탄팀장, 석탄사업부장, 인도네시아 지역 총괄(전무), 자원부문장(전무) 등 꾸준히 석탄 개발사업의 성과를 인정받아 대표이사까지 선임된 케이스다.

따라서 LG상사의 석탄사업을 키운 일등공신인 윤 대표가 상사업계 1호 탈석탄 기업인 삼성물산의 사례를 따라가는 건 결단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대신 단계적 철수를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상사 관계자는 “석탄 신규 투자 대신 친환경 신사업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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