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쇼핑 플랫폼'으로 변화 꾀해

버티컬 플랫폼 인수 적극 나설 듯

신동빈 롯데 회장. 사진=롯데그룹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유통 맞수인 신세계의 손에 이베이코리아를 사실상 뺏긴 롯데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사업 확장이 절실한 상황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어떤 카드로 반격에 나설지 이목이 쏠린다.

◇이베이코리아 놓친 롯데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이베이본사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인수 지분 규모나 매수 금액 등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번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신세계와 2파전으로 붙었지만 인수 가격을 보수적으로 책정하면서 결국 경쟁에서 밀려났다. 롯데쇼핑은 이번 본입찰에서 신세계보다 약 1조원이 낮은 3조원대 이하의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측은 보수적인 가격 책정 이유에 대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투자비와 소요 시간을 고려할 때 기대보다 시너지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유야 어쨌든 신세계가 M&A를 완료하면 롯데는 온라인사업에서 신세계와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됐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15%까지 점유율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롯데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의 점유율은 5% 안팎이다.

롯데는 지난해 온라인몰 롯데온을 출범시키며 공격적인 온라인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현재까지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는 지난해 거래액이 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 성장했으나 올해 1분기에는 4.3% 성장에 그쳤다. 올 1분기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21%가량 성장한 것을 감안하면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 이커머스 사업부 수장까지 바꾸며 롯데온 강화에 의지를 드러냈던 롯데인 만큼, 이베이코리아를 뺏긴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커머스 시장 경쟁이 네이버(점유율 17%), 쿠팡(13%), 신세계로 이어지는 3강 체제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 3사의 이커머스 점유율만 45%로 전체 점유율의 절반에 육박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가 온라인 사업에 의지가 강했던 만큼 이번 인수전에서 보수적인 가격을 책정한 것은 의외였다”며 “시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강화를 위한 ‘막차’라는 인식이 있었던 만큼 향후 전략 마련에 롯데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롯데의 ‘플랜B’는?

롯데는 마케팅 역량을 키우는 등 롯데온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는 이미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 등 이커머스 사업 강화에 대한 여러 전략 마련에 들어간 상황이다.

조만간 마케팅 인력을 늘리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커머스 사업부에서 조직 개편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여러 안 가운데 하나로 마케팅 인력을 늘리는지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온은 이달 들어 최대 20% 할인 쿠폰을 포함해 할인 쿠폰 8장을 행사기간 매일 뿌리는 ‘온세일’ 행사를 여는 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플랫폼 자체적으로도 변화를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희태 롯데쇼핑 부회장은 이베이 본입찰 하루 뒤인 지난 18일 사내망에 올린 글에서 “그로서리와 럭셔리, 패션·뷰티, 가전 카테고리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향후 전략을 직원들과 공유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있는 여러 카테고리 전문몰을 구축해 이를 서로 연결하는 ‘복합 쇼핑 플랫폼’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롯데쇼핑은 M&A도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 이베이코리아같이 대형 매물이 없는 만큼, 특정 카테고리에 특화된 버티컬 커머스 여러 개를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오늘의집·머스트잇·발란 등 버티컬 플랫폼들은 지난해 들어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중고나라 ‘깜짝 딜’을 한 경험이 있는 만큼, 버티컬 커머스들이 시장에 나오면 적극적으로 인수를 타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달 진행되고 있는 배달 앱 요기요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적합한 매물이 있다면 M&A에 대해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요기요 인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강점을 갖고 있는 카테고리를 특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다시 수립하는 등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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