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LX그룹은 지난달 1일 LG그룹에서 분할돼 홀로서기에 나섰다. 하지만 LG 품을 완전히 떠나지는 못했다. 여전히 계열사들이 LG 이름을 달고 있다. 지주사는 ㈜LG 사옥인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에 위치해 있다. LG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다만 이 흔적들이 지워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예정이다.

15일 LX홀딩스에 따르면 LX 계열사 중 상장사들이 오는 25일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변경한다. 이달 하순에는 LX홀딩스의 사옥을 서울 종로구 LG광화문빌딩으로 옮긴다. 분할된 지 약 두 달 만에 핵심 계열사들이 간판을 바꾸고, 새로운 둥지를 트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그룹 이름값 키우기에 나선 모양새다.

현재 LX의 계열사 중 상장사는 LG상사,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다. 이들은 각각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으로 간판을 바꿔 단다. 변경된 사명은 7월부터 불린다. 비상장 계열사인 판토스와 LGMMA도 비슷한 시기에 주총을 열고 사명 변경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역시 회사 이름에 LX가 붙을 예정이다.

LX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그룹사로서의 위용을 갖추기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사업 추진을 위한 실탄도 적지 않다. 그룹 맏형 격인 LG상사가 지난해 베이징 부동산과 해외투자 지분을 매각해 쌓아놓은 현금이 6000억 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92억 원을 기록하며 벌써 지난해 942억 원의 절반을 훌쩍 넘은 실리콘웍스도 그룹 성장에 큰 힘을 보탤 전망이다.

하지만 5개 계열사의 성장세와 별도로 그룹 전체적으로는 단독 체제를 완성하는데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분 정리가 필요하다. LX 지주사인 LX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아닌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구본준 회장은 7.72%의 지분을 갖고 있는 데 반해 구광모 회장은 그 2배에 달하는 15.95%를 보유하고 있다. LX가 여전히 LG의 지배력과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는 배경이다. 다만 구본준 회장은 LG의 지주사인 ㈜LG 지분도 7.72%를 갖고 있는 만큼, 향후 주식 맞교환 등을 통한 전략적인 경영권 확보 싸움이 가능하다.

변수는 구본준 회장의 아들인 구형모씨다. LG전자 일본법인에서 근무하던 구형모씨는 LX 출범과 함께 LX홀딩스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71세로 나이가 적지 않은 구본준 회장이 일찌감치 승계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LX홀딩스 지분 정리가 물밑에서 삼자 간에 이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구 상무는 ㈜LG의 지분을 약 0.6% 갖고 있다.

LX의 단독 사옥 확보 여부도 관심사다. 이달 중에 짐을 옮기는 LG광화문빌딩은 LG 사옥이다. LX 사원들이 여전히 명함에 LG 이름을 새겨 넣고 LG 사옥으로 출근하는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분할 기업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선 LX가 법이 인정하는 대기업으로 인정받을 필요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돼야 한다. 공정위는 매년 3월 5조 이상의 자산을 가진 회사를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LX는 자산규모 약 8조원으로 현재 재계순위 50위권이다. 137조 원의 LG는 재계순위 4위다.

결국 구본준호가 본격 출항에 앞서 완전한 그룹 위용을 갖추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수업과 신사업 확대 등 그룹 내·외적으로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거시적인 관점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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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21/06/15 07:15:14 수정시간 : 2021/06/15 07: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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