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풀어줘야 한다는 얘기가 많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사면이냐, 가석방이냐다. 두 방법이 차지하는 비중도 각계에서 다르다. 여당에서 가석방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 재계에서는 사면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부회장은) 꼭 사면으로 한정될 것이 아니고 가석방으로도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4대 그룹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 사면 필요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고 “고충을 이해한다”고 언급한지 나흘 만에 난데없이 ‘가석방’ 얘기를 끄집어낸 것이다. 왜 송 대표는 정치권 현안으로 부상한 ‘사면’ 대신 ‘가석방’ 얘기를 꺼냈을까.

송 대표의 발언은 청와대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고, 문 대통령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복안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말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5단체가 ‘반도체 위기론’을 언급하며 청와대에 이 부회장 사면을 공식 건의한 뒤 문 대통령의 입장이 다소 완화되기 시작했다. 국민 여론을 더 듣겠다며 ‘경청’에 초점을 맞추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 경우, 대선 후보 시절 뇌물 등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문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을 어기는 셈이 된다.

이는 청와대의 ‘사면론’ 정치적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여당이 ‘가석방’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당 대표께서 말씀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화답하며 목소리 키우기에 나선 것도 ‘가석방론’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 대신, 법무부 장관이 결정권자인 가석방으로 검토 가능한 경우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경영 복귀’가 목적이라면 가석방 대신 사면이 돼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입장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8일 “글로벌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이 부회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면서 “경영활동에 제약이 생길 수 있는 가석방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말했다.

실제 통상 복권 조치가 뒤따르는 사면은 경영 복귀가 바로 가능하지만, 가석방은 법무부 장관이 추가로 취업제한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조치를 취해야만 취업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에 따른 취업제한 대상자다. 해외 출장 시 일일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도 현장 경영을 중요시 여기는 이 부회장으로선 걸림돌이다.

사면이든 가석방이든 만일 이 부회장이 풀려난다면 8월 이후에 이뤄질 전망이다. 가석방 심사 대상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 지난 모범수이지만, 통상적으로는 형기의 3분의 2 이상이 지나고 교정 성적이 양호한 수형자들이 출소해 왔다.

법무부는 7월부터 가석방 심사기준을 복역률 6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이 부회장은 오는 8월 중 형기의 60%(30개월 중 18개월)를 채우게 된다.

‘8·15 가석방’에 대해 법무부는 7월부터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광복절(8월15일) 사면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사면 결심을 하더라도 가석방 요건도 채우기 전에 풀어주는 건 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재벌 특혜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또 다른 명분을 주는 셈이 된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사면권을 엄격히 제한하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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