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통합과 관련된 경쟁제한성 연구용역 5개월 더 연장...우려 커져

업계에선 "일반적인 시장 독점체제 관점에서 항공운송업을 평가하면 안돼"

'항공산업 생존'이라는 통합의 원래 명분 잃어버리는 우 범하지 말아야

사진=대한항공 제공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과 관련된 경쟁제한성 연구용역 기간을 5개월 더 연장하면서, 통합 항공사 출범도 지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터키와 대만, 태국 등 기업결합 필수신고 9개국 중 3개국서 이미 심사를 통과하면서 해외에선 순조롭게 승인을 받고 있는 대한항공으로선 오히려 국내에서 발목이 잡히는 형국이 되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6월 초로 예정됐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한 경제분석 연구용역’의 계약기간을 10월 말까지 연장했다. 이는 국내 1·2위 항공사인 두 기업이 합병될 경우 독점 체제로 전환되면서 항공운임이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양사의 기업결합심사를 담당하는 공정위에서 들여다 보고 있는 주요 부문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 편익’으로 이 중심엔 결국 가격인상 여부가 하나의 쟁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글로벌 항공시장이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 사실상 일방적인 운임인상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재의 가격 체계와는 다른 항공권 운임체계까지 감안한다면, 운임인상 우려는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통합항공사의 운임인상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항공권의 특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며 “항공권은 일반 소비재와는 달리 판매하지 못한 좌석의 재고 처리가 불가능하고, 항공기가 출발하면 더 이상 판매할 수 없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항공운임을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항공업계는 경쟁사업자가 얼마나 있는지 여부보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경우 판매 운임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공정위도 고민을 하겠지만,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시장 독점체제 관점에서 항공운송업을 평가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 건은 쉽게보면 항공업계 1·2위 기업간의 단순한 합병이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기업생존의 최선이었다"며 “당국의 기업결합심사가 자꾸만 지연돼 국제 항공시장에서 도태된다면 두 항공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항공사의 생존을 담보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속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안고가는 입장에서 전략과 새로운 비전을 통해 수많은 계획을 세워놨을텐데, 이번 연구용역의 연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대한항공이 꼭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하고, 이전 현산·아시아나항공 합병이 무산된 것처럼 강력한 통제에 지친 대한항공으로서도 합병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미지=대한항공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양사가 가진 기존의 노선과 공급을 유지한다는 전제하에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히면서 통합 후 인위적인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란 점을 여러 차례 밝혔다. 현재 항공운임은 정부에서 인가받은 상한선 이하로 정해야 하고, 외국계 항공사도 국내 대부분의 노선에 진출해 있어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실정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한미재계회의 직후 국내외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고객들의 편의(하락)나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비슷한 시기에 대한상공회의소 관광산업위원회 22차 회의가 끝난 후 “외항사와 저비용항공사 등 나머지 60%와도 경쟁을 해야 해 우려하는 항공권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질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외에도 항공산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에서도 “외항사·LCC와 경쟁을 벌이는 만큼 급격한 항공 운임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바 있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올 초 국회 정무위에 참석, “공시 운임 체계가 굉장히 복잡하기에 사전적으로 예단하기는 힘들고 결국 항공노선이 여러 항공사가 취항하는 경우 충분히 경쟁이 심하기에 자율적으로 요금과 운송료를 올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이렇다보니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항공업계를 위해 기업결합심사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겨우 버티고 있는 것은 화물사업 덕분이지만, 사실 화물가격 급등으로 인한 불황형 호재 때문이지 사업구조 자체의 경쟁력 회복이 아니다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소비자 편익 측면에서 항공운임은 중요한 요소가 틀림없지만 인상가능성도 부족한 운임 논리에 몰입돼 기업결합심사 등 통합 과정이 지체된다면, 국내 항공산업 생존이라는 통합의 원래 명분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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