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문재인 대통령-4대그룹 총수 회동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월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애틀랜타 SK이노베이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방문, 최태원 SK회장 영접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안병용 기자] 재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에 대한 바람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이 사면권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

2일 4대 그룹 총수들이 문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재계가 글로벌 배터리 패권 전쟁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재용 역할론’을 부각시켰고,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식화하며 이 부회장 역할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문 대통령과 4대 그룹 총수 회동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다. 삼성전자에서는 김기남 부회장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44조원의 대미 투자를 확정하며 ‘경제외교’를 지원한 대기업 총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미 투자의 핵심인 반도체·배터리 사업 관련 정부로서 할 수 있는 후속 조치를 총수들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거취 문제가 언급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44조원 가운데 삼성전자가 20조원으로 한국 기업 투자 금액의 절반가량을 맡은 만큼, ‘이재용 역할론’이 한층 부각됐다는 것이다.

이번 회동은 앞서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5개 주요 경제단체장이 이 부회장을 사면해 달라는 뜻을 청와대에 건의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특히 대한상의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이 경제단체 수장 자격으로 이 부회장 사면론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뒤 일선 경영 현장에서 문 대통령과 수차례 마주했지만,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건의를 할 수 있는 간담회 형식의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손경식 경총 회장 역시 지난달 31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기업인은 배임죄 처벌 위험이 많다”며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가 ‘과도하다’는 인식을 나타내기도 했다. 손 회장이 에둘러 이 부회장을 언급하며 여권을 향해 사면 군불을 지핀 상황에서 최 회장이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다.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면 관련 ‘시기상조론’을 펼쳤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충분히 많은 국민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밝히는 등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지난달 25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부회장 사면론에 대해 “별도 고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는 등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배터리 관련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고 내다봤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미정상회담에서 구체화된 (투자) 로드맵을 따라가는 명확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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