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제공
[데일리한국 박현영 기자]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8조원 가량의 중장기 투자를 결정한 것과 관련해 현대차 노조 등 일부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업계에선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정책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기업에 감사를 표했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한미 경제 동맹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확인한 것. 앞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생산 설비 확충 등을 포함, 올해부터 2025년까지 5년간 미국에 74억 달러(한화 약 8조35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은 미 정부 정책 대응 차원이다.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정책이 이전 트럼프 정부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감이 실리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앞다퉈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과감한 친환경 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기후변화협약에 재가입한데 이어 지난달 22일 바이든 대통령 주도로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재확인했다.

현대차그룹 측은 “미국 내 제품 경쟁력 강화와 생산설비 향상 등에 대한 투자 외에 전기차, 수소, 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 투자 자금을 집행한다”면서 “미래 혁신 기술 투자를 통해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역량을 갖추는 한편, 미국 내 리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더욱 확고히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투자결정에 현대차 노조 등 일부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국 투자가 국내 공장 발전과 고용 보장에 악영향을 줄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 노조는 미국 투자 계획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해외공장 투자로 인한 조합원들의 불신이 큰 가운데, 노조와 상의 없이 천문학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다.

현대차 노조 측은 “지금은 해외공장을 확대하기 보다는 품질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중심의 국내 공장을 강화하고, 4차산업으로 인한 신사업을 국내공장에 집중 투자하는 길이 현대차가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4차산업 시대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투자계획부터 생산개발 과정까지 노동조합과 함께해야 성공 할 수 있다는 충고를 내팽개치는 행위”라면서 “사측이 노조의 뜻을 무시하고 일방적 해외투자를 강행한다면 노사 공존공생은 결코 요원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업계에선 이같은 노조의 반발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미국투자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및 ‘바이 아메리카’ 정책에 대응하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친환경차, 전기차 쪽으로 강하게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투자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이 친환경 때문에 내연기관차에 패널티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서 결국 현지에서 전기차를 만들어서 팔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의 미국 투자는 국내 투자와 비교하면 큰 부분이 아니며, 미국에서 벌어서 투자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연간 20조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핵심 사업장과 R&D 시설이 국내에 대부분 위치, 전체 투자에서 국내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 그룹의 미국 투자액은 연간으로 따지면 1조6000억원 수준으로, 전체 투자액의 10분의 1이 채 안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투자를 한다고 해서 국내 투자가 빠지고 그런 것은 아니다”라면서 “결국 미국에서 벌어서 미국에 투자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은 연간 국내 현대차 공장에서 70만대를 만들어 수출하고 있는 시장”이라면서 “미국에서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만큼, 미국에 투자하는 것은 결국 비즈니스 차원으로 주고 받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선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전기차 시장에 서둘러 자리잡기 위해 선제적 대응을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확고한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라면서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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